워낙 유명한 소설이어서 읽을까 말까 계속 망설이다가 서른 한살의 사랑이야기라는 점에서 나랑 나이도 너무 차이나고 사랑이 뭔지도 잘 모르겠고 해서 안 읽고 있었다. 그러다가 집(대구)에 가는 길에 책을 안 들고 가서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다가 살 게 없어서 읽게 되었다.
서른 한 살의 오은수는 책을 편집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다가 마음에 들었던 예전 남자에게 연락을 했다가 우연히 그 남자가 있던 회식자리에 가게 된다. 오은수는 사실은 그 남자랑 어떻게 해 보려고 생각하고 있었던 건데 그 남자는 전혀 그런 생각 없이 사람들이 많은 회식자리로 오라고 한 것이다. 오은수는 자존심도 상하고 모르는 사람뿐이어서 뻘쭘해하고 있는데 그 자리에 있었던 영화 스탭으로 일하고 있었던 태오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태오도 마찬가지로 그 회식자리가 불편하고 아는 사람도 없었다. 둘은 그렇게 함께 회식자리를 나가서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하다가 모텔에 가서 함께 자게 되었다. 이후로 서로 연락을 주고 받다가 사귀게 된다. 태오는 막무가내로 은수네 집으로 와서 동거까지 하게 되는데 은수는 처음에는 당황하지만 어쩐지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태오는 은수보다 7살이나 어렸고 영화 스탭으로 큰 비전도 없었다. 태오의 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으므로 조건도 좋지 않다. 은수는 고민하기 시작한다. 자신은 서른 한 살이어서 결혼도 생각해야 하고 또 이렇게 어린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친구나 직장동료나 가족들 누구에게도 떳떳하게 소개시켜줄 수 없고 부끄러운 것이다. 태오는 돈도 없어서 은수와 데이트를 할 때에도 햄버거로 떼우거나 김밥을 사주면서도 자존심은 있어서 절대로 은수에게 돈을 내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은수는 사실은 자신도 남들처럼 좋은 곳에서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데이트를 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은수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태오는 상처를 받는다. 결국 태오는 떠난다.
은수는 허전해하지만 곧 소개팅을 했었던 김영수에게 다시 연락을 한다. 김영수는 이름처럼 평범하고 고지식하고 모험을 싫어하고 분위기도 없는 사람이지만 조건이 좋다. 외모도 그런데로 되고 직장도 번듯하다. 은수는 자신의 상황에 맞는 사람은 김영수라고 생각하고 진지하게 만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은수는 김영수가 자신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은데도 이상하게 적극적이지 않고 스킨십에도 관심이 없고 무미건조하게 자신을 대한다는 것을 느낀다. 은수는 빨리 결혼을 하고 싶다. 직장도 자신의 실수로 벌어진 일로 월급이 깎이고 망신을 당하면서 자존심이 상해 그만둬버린 자신의 처지에 결혼이라도 해야 뭔가 풀릴 듯 하다. 은수는 고민고민하다가 김영수에게 자신과 결혼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고 김영수는 생각해보겠다고 한 뒤 3일 후에 결혼하자고 한다. 하지만 김영수는 자신의 부모는 미국에 가 있어서 소개를 시켜줄 수 없다고 하고 결혼 준비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럴 즈음에 김영수는 실종된다. 은수가 알아본 결과 김영수는 실은 고등학교 때 술에 취해 강가에서 친구를 밀쳐 본의아니게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데 그로 인해 인생을 제대로 살아나가지 못해서 길에서 만난 남자의 이름을 대신 빌려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남자가 다시 신분을 돌려달라고 하니 잠적을 감출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은수는 김영수와 태오, 그리고 그의 오랜 친구인데 프러포즈를 한 유준 등 누구와도 이뤄지지 못하고 혼자 남게 된다.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남기로 결심한 은수는 자신의 명함도 파고 다시 살아보기로 결심하면서 소설이 끝났다.
내가 결혼할 나이가 아니라서 그런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김영수를 진심으로 사랑해서가 아니라 단지 조건이 좋고 자신의 나이가 결혼할 나이라서 김영수 주변의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결혼을 준비한다는 게 너무 위험하고 생각없어 보였다. 태오가 번듯한 직장이 없고 7살 연하라서 망설이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소개시키지 않고 태오를 상처주고 조금 함부로 대하는 것이 위선적으로 느껴졌지만 어느 정도 공감이 되었다. 누구든 현실적으로 생각하다보면 태오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은수의 친구들, 유희가 서른이 넘는 나이에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고 좋은 직장을 그만 두는 것과 은수와 마찬가지로 의사고 조건이 좋고 자신이 결혼할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두 달도 안 만난 사람과 결혼해서 결국 이혼하게 된 재인이나 즉흥적이고 생각 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소설을 읽고 삼십대의 인생은 이런 거구나 느끼기도 했고 서울에서 여자 혼자서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가 쉽지 않겠구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은수가 자신이 인생을 바꿔보기 위해서 남자에게 프러포즈를 한다거나 먼저 연락하는 것은 적극적이고 대단해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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