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20. 16:44

워낙 유명한 소설이어서 읽을까 말까 계속 망설이다가 서른 한살의 사랑이야기라는 점에서 나랑 나이도 너무 차이나고 사랑이 뭔지도 잘 모르겠고 해서 안 읽고 있었다. 그러다가 집(대구)에 가는 길에 책을 안 들고 가서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다가 살 게 없어서 읽게 되었다.
서른 한 살의 오은수는 책을 편집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다가 마음에 들었던 예전 남자에게 연락을 했다가 우연히 그 남자가 있던 회식자리에 가게 된다. 오은수는 사실은 그 남자랑 어떻게 해 보려고 생각하고 있었던 건데 그 남자는 전혀 그런 생각 없이 사람들이 많은 회식자리로 오라고 한 것이다. 오은수는 자존심도 상하고 모르는 사람뿐이어서 뻘쭘해하고 있는데 그 자리에 있었던 영화 스탭으로 일하고 있었던 태오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태오도 마찬가지로 그 회식자리가 불편하고 아는 사람도 없었다. 둘은 그렇게 함께 회식자리를 나가서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하다가 모텔에 가서 함께 자게 되었다. 이후로 서로 연락을 주고 받다가 사귀게 된다. 태오는 막무가내로 은수네 집으로 와서 동거까지 하게 되는데 은수는 처음에는 당황하지만 어쩐지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태오는 은수보다 7살이나 어렸고 영화 스탭으로 큰 비전도 없었다. 태오의 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으므로 조건도 좋지 않다. 은수는 고민하기 시작한다. 자신은 서른 한 살이어서 결혼도 생각해야 하고 또 이렇게 어린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친구나 직장동료나 가족들 누구에게도 떳떳하게 소개시켜줄 수 없고 부끄러운 것이다. 태오는 돈도 없어서 은수와 데이트를 할 때에도 햄버거로 떼우거나 김밥을 사주면서도 자존심은 있어서 절대로 은수에게 돈을 내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은수는 사실은 자신도 남들처럼 좋은 곳에서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데이트를 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은수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태오는 상처를 받는다. 결국 태오는 떠난다.
은수는 허전해하지만 곧 소개팅을 했었던 김영수에게 다시 연락을 한다. 김영수는 이름처럼 평범하고 고지식하고 모험을 싫어하고 분위기도 없는 사람이지만 조건이 좋다. 외모도 그런데로 되고 직장도 번듯하다. 은수는 자신의 상황에 맞는 사람은 김영수라고 생각하고 진지하게 만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은수는 김영수가 자신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은데도 이상하게 적극적이지 않고 스킨십에도 관심이 없고 무미건조하게 자신을 대한다는 것을 느낀다. 은수는 빨리 결혼을 하고 싶다. 직장도 자신의 실수로 벌어진 일로 월급이 깎이고 망신을 당하면서 자존심이 상해 그만둬버린 자신의 처지에 결혼이라도 해야 뭔가 풀릴 듯 하다. 은수는 고민고민하다가 김영수에게 자신과 결혼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고 김영수는 생각해보겠다고 한 뒤 3일 후에 결혼하자고 한다. 하지만 김영수는 자신의 부모는 미국에 가 있어서 소개를 시켜줄 수 없다고 하고 결혼 준비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럴 즈음에 김영수는 실종된다. 은수가 알아본 결과 김영수는 실은 고등학교 때 술에 취해 강가에서 친구를 밀쳐 본의아니게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데 그로 인해 인생을 제대로 살아나가지 못해서 길에서 만난 남자의 이름을 대신 빌려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남자가 다시 신분을 돌려달라고 하니 잠적을 감출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은수는 김영수와 태오, 그리고 그의 오랜 친구인데 프러포즈를 한 유준 등 누구와도 이뤄지지 못하고 혼자 남게 된다.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남기로 결심한 은수는 자신의 명함도 파고 다시 살아보기로 결심하면서 소설이 끝났다. 
내가 결혼할 나이가 아니라서 그런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김영수를 진심으로 사랑해서가 아니라 단지 조건이 좋고 자신의 나이가 결혼할 나이라서 김영수 주변의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결혼을 준비한다는 게 너무 위험하고 생각없어 보였다. 태오가 번듯한 직장이 없고 7살 연하라서 망설이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소개시키지 않고 태오를 상처주고 조금 함부로 대하는 것이 위선적으로 느껴졌지만 어느 정도 공감이 되었다. 누구든 현실적으로 생각하다보면 태오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은수의 친구들, 유희가 서른이 넘는 나이에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고 좋은 직장을 그만 두는 것과 은수와 마찬가지로 의사고 조건이 좋고 자신이 결혼할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두 달도 안 만난 사람과 결혼해서 결국 이혼하게 된 재인이나 즉흥적이고 생각 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소설을 읽고 삼십대의 인생은 이런 거구나 느끼기도 했고 서울에서 여자 혼자서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가 쉽지 않겠구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은수가 자신이 인생을 바꿔보기 위해서 남자에게 프러포즈를 한다거나 먼저 연락하는 것은 적극적이고 대단해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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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니드417
2012. 11. 18. 13:38

비교적 최근에 나온 소설만 읽다가 세계문학스러운 소설을 읽으니까 새로운 느낌이었다. 요즘 소설은 조금 가볍고 쉽게 읽어지고 재미있다면 예전 소설은 조금 어렵고 최근이 아니어서 이해되지 않는 점들이 있고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뭔가 있어보이고 깊이 있게 느껴진다는 것.
로맹가리라는 작가가 원래 굉장히 유명한 작가인데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을 써서 이 소설을 냈고 이 소설은 상도 받고 크게 성공했다고 한다.
이 소설에 나오는 모모는 아랍인이고 창녀인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를 너무나 사랑해서 질투심에 눈이 멀어 살해한 정신병자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남자아이이다. 예전에 프랑스에서는 창녀에게 양육권이 없었다. 그래서 불법이지만 남들 모르게 아이를 맡아서 키워줌으로써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었다. 여기 나오는 로자 아주머니도 그러한 사람이다. 자신도 젊었을 때는 창녀였지만 늙고 병들고 추해지고 살도 쪄서 더이상 그 직업을 계속해나갈 수 없게 되자 창녀의 아이들을 맡아 돈을 받고 양육해주는 일을 하게 된다. 로자 아주머니는 유태인이고 히틀러의 유태인말살정책으로 수용소에 들어갔다 살아남은 사람이다. 살아온 인생이 굴곡이 많아서 겁이 많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져있다. 모모는 당연히 가족들로부터 버림받았고 프랑스에서는 차별받는 소수민족이라서 정신적으로 결함이 많지만 감수성이 예민하고 특별한 아이였다.
모모는 처음에 로자 아주머니가 자신을 좋아해서 맡아주는 것이 아니라 매달 얼마간의 돈을 맡고 길러준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그렇지만 로자 아주머니는 진심으로 모모를 좋아했다. 나중에 돈이 끊겨도 모모를 계속 길러주는 걸로 알 수 있다. 로자 아주머니의 집에 있던 다른 아이들은 좋은 집에 입양이 되기도 하고 가족들이 되찾아갔지만 모모만은 계속 로자 아주머니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로자 아주머니는 모모의 나이를 네 살 높여 말해주었다. 사실 모모는 열네살인데 열살로 알고 있었다. 로자 아주머니는 나이가 들면 모모가 떠날까봐 두려워져 거짓말을 한 것이다. 나중에 모모의 어머니를 살해한 아버지가 찾아와서 그 사실을 털어놓는다. 이 남자는 모모의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갇혀있다가 마지막으로 모모를 만나러 온 것이다. 모모는 아버지를 보고도 그닥 반가워하지 않으며 사실 아버지가 아닐 수도 있다고 의심하며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자신이 네 살 많다는 걸 알게 되어 좋아한다. 
프랑스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도 마약을 쉽게 접하고 도둑질도 대수롭지 않게 하며 어린이다운 생활을 전혀 누리지 못해서 안타까웠다. 
이 소설의 주제는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모와 로자는 아무도 돌아봐주지 않고 주변에 남아있는 사람들도 없으며 쓸쓸한 서로의 삶을 서로에게 의지하며 특별한 우정과 사랑으로 로자가 마지막으로 늙고 병들어서 죽는 순간까지 함께 한다. 로자는 여러 가지 병과 노화로 결국 죽게 되는데 모모는 안락사가 금지된 나라에서 로자를 병원으로 보내서 고통속에서 로자를 죽게 하고 싶지 않아 로자가 좋아하던 지하실의 비밀 안식처에서 로자가 죽는 순간까지 함께 한다. 로자의 시체가 내는 지독한 냄새로 인해 로자는 발견되고 그 곁에는 로자의 마지막 순간까지 곁을 지킨 모모가 있었다.   

Posted by 이니드417
2012. 10. 31. 23:40

여행한 후 쓴 에세이인데 이야기가 아니고 느낀 것 위주로 간단간단한 단상들이라서 기억에 남는 건 별로 없다. 이런 종류의 에세이는 읽는 순간은 좋은데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게 안 좋다. 특히나 미뤄뒀다가 쓰려니까 더 생각이 안나네. ㅎㅎ

Posted by 이니드417
2012. 10. 25. 00:21

때는 1995년 겨울. 무려 5천 명의 사망자와 1만 5천 명의 부상자를 낸 고베 대지진. 그 대혼란 속에서 마사야는 빚 독촉을 하던 외삼촌을 우발적으로 죽이고 만다. 이를 우연히 목격한 미후유와 운명처럼 얽히게 된 그는 고베대지진의 피해상황이 일단락되자, 동경으로 향한다.
빼어나게 아름답고 세상물정에 밝은 미후유는 자신의 매력을 이용해 각종 비즈니스를 성공시켜 나간다. 마사야는 그녀의 욕망을 실현시켜주는 손발이 되어 움직인다. 밤에만, 그것도 변장한 채 자신을 찾아오는 미후유와의 그 짧고 헛된 '밤'을 지키기 위해 협박과 납치, 살인까지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데….
- 네이버 책 소개에서 발췌

마사야가 미후유의 말도 안되는 부탁들을 다 들어주는 게 너무 이해가 안돼고 열받았다. 아무리 예쁘기로서니 저렇게 내면이 악하면 아름다운 외모도 무서워질 것 같은데 끝까지 미후유를 도와주는 마사야도 이상해보이고 정상은 아닌 것 같다.

미후유는 처음에 보석가게에서 일하다가 지배인의 눈에 들기 위해 그 남자와 사귄다. 지배인은 미후유를 승진시켜준다. 미후유는 승진 후에 그 남자를 스토커로 몰아서 일자리를 잃게 만든다. 그리고 그 지배인과 사귈 때 지배인이 낸 아이디어를 도용하여 새로운 보석을 만들고 자기 이름으로 특허를 낸다. 그 보석은 마사야가 만들어 준 것이었다. 마사야가 공장에 취직하게 된 것도 실은 미후유가 공장의 직원을 꼬셔서 칼로 찔렀던가? 어떻게 해서 손을 못 쓰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미후유는 미용사인 젊은 남자를 유혹하여 그 남자를 스타 미용사로 만들고 엄청나게 성공하게 된다. 어느 정도 성공한 미후유는 그 특허낸 보석으로 보석가게의 사장과 담판을 해서 동업하게 되고 그 사장과 결혼까지 한다.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라 돈과 권력때문이다. 마사야는 미후유를 너무나 사랑해서 미후유의 말도 안되는 부탁을 다 들어준다. 스토커 사건때도 도와주고 미용사가 나중에 사장과 결혼하는 미후유를 결혼하지 못하게 하려고 협박하자 그 미용사의 가게 스탭을 성추행하고 그 혐의를 미용사에게 덮어씌운 후 미후유가 슬쩍 나타나서 도와주는 척하여 더이상 협박하지도 못하게 만든다. 
미후유는 의심되는 점이 많다. 신분도 자기 신분이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그녀는 과거가 없는데 친구도 없고 아는 사람도 전혀 없다. 게다가 미후유의 아버지(아마도 아니겠지만)의 친구가 미후유에게 가족사진을 돌려주려고 미후유를 수소문해서 찾고 있었는데 그 친구는 실종된다. 미후유가 자신의 신분이 가짜라는 것을 걱정하여 죽여 버린 것 같다.    

아무튼 미후유가 뭐라고 자꾸 부탁이나 들어주는 마사야가 너무 짜증나고 속고 있고 당하기만 하는 주변사람들도 너무 짜증나서 읽기가 힘들다. ㅠ

Posted by 이니드417
2012. 10. 10. 22:55

 작가가 25살 때 쓴 처녀작이다. 읽다 보니까 조금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 예전에 읽었던 알랭 드 보통 책들에 비해서 조금 약한 것 같은...
 알랭 드 보통은 일상적인 것들에 대해서 남들과 다르게 깊게 생각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대단한 것 같다. 재미도 있고.
 '연애'라는 것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생각한 내용이다. 사실 보통 소설과는 다르게 극적인 이야기들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연애'의 일반적인 이야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에피소드에서 작가가 그에 대해 철학적으로 해석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남자는 클로이를 만나서 사랑에 빠진다. 클로이도 이 남자를 좋아하게 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처음에 클로이를 사로잡기 위해서 안절부절하던 때와는 달리 사귀고 나서는 클로이의 단점도 보이게 되고 사소한 일(그녀의 구두가 마음에 안드는 다는 둥)로 그녀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 이러한 에피소드의 묘사가 굉장히 유머스러웠는데 기억이 안남.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부족한 나 자신에 비해 우월해보이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데 왜 그렇게 완전한 존재인 자신의 연인은 결핍되있는 나를 좋아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이 들면서 자기 애인에 대한 의심이 들기도 하고. 진짜로 좋은 사람인가, 완전한 사람인가. 
 남자는 자신의 동료 윌과 클로이를 소개시켜주는데 그 이후로 하루동안 클로이에게 갑자기 연락이 안되면서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온갖 상상을 다하다가 클로이가 친구네 집에서 잠들었느니 대충 변명하는 소리를 듣고 그 말을 믿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러나 클로이는 분명히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둘은 함께 여행을 가게 되는데 클로이가 자신에게 잘해주자 더 불안해한다. 결국 클로이는 윌과 그날 함께 잤다는 고백을 하고 남자는 멘붕. 
 여자에게서 버림받은 자신은 선이고 바람피운 여자와 윌은 악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자살을 할까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자살을 하면 내가 죽음으로써 클로이가 얼마나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며 윌이 얼마나 놀라고 힘들어할 것인지 볼 수가 없다. 내가 원하는 건 죽는 동시에 살아서 그것을 지켜봐야하는 건데 그럴 수가 없다. 그러니까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가 아니라 죽는 동시에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이 문단을 읽고 엄청 웃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날 호텔에서 혼자 지내면서 아무 생각없이 티비보고 누워있고 하는데 옆방에 묵는 연인의 하는 소리를 듣고 욕하면서 괴로워하는 장면도 엄청 웃겼음. 
 그리고 예수컴플렉스라는 게 나오는데 나에게 이런 엄청난 시련을 준 것은 내가 대단한 사람이어서다. 라며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는 것도 웃겼다. 
 클로이와 함께 했던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그녀가 떠올라서 괴로워하며 자신은 이제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며 찌질하게 굴지만 어느 순간 그녀가 먼저 떠오르지 않는다. 어떤 장소가 그녀가 살던 곳이라는 것부터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오늘 친구와 약속한 식당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게 되면서 점차 클로이를 잊어간다. 처음에는 클로이를 잊는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그러다 레이철이라는 매력적인 여자를 본 순간 자기가 또 사랑에 빠졌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소설은 끝.

Posted by 이니드417
2012. 10. 10. 20:38
내가 읽었던 온다 리쿠 책 중에서 제일 별로.
그냥 좀 유치하고 허세?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반전도 좀 뜬금없고 개연성없어서. 정신병자도 아니고.(정신병자같기도 하다. 도모코, 와타루, 리나코 등)

 고등학생이 된 리세는 유학간 런던에서 잠깐 일본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 이유는 할머니의 유언때문.
 백합장이라는 으스스한 저택(할머니가 예전에 리세와 함께 살았던)는 그녀의 친척이지만 피가 섞이지는 않은(왜 그런지는 너무 복잡해서 까먹음) 아줌마, 리나코와 리야코가 살고 있다.
 리나코와 리야코는 백합장에 할머니가 남긴 재산이 숨겨져 있으며 리세는 그것을 가지러 온 것이라고 믿는다. 리세는 할머니가 '주피터'라고 부른 것의 정체를 찾고자 왔다.
 백합장의 비밀은 예전에 군인들을 위한 성매매장소였다는 것이다. 혹은 군인들을 접대한. 왜냐하면 백합장의 2층은 여러 개의 작은 방들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커다란 벽시계 안에는 도청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도청장치로 모든 방의 소리를 도청할 수 있었는데 이 장치는 군사적 기밀을 몰래 알아내기 위해 사용한 것이었다. 할머니는 이것을 숨기려고 한 것이다.
 리세의 친구이자 이웃인 도모코는 새침하고 도도한 여자아이다. 도모코의 소꿉친구 마사유키의 친구 다마루는 도모코에게 완전히 빠져서 그녀와 만나게 해달라고 마사유키를 조른다. 도모코는 리세의 사촌오빠 와타루와 사겼었다. 할머니는 도모코를 싫어했다. 할머니는 백합장의 계단에서 실족사하는데 이 장면을 도모코는 목격한다. 나중에 반전으로 나오지만 도모코는 보기와 달리 이중적으로 성격이 악질이라 자신은 와타루가 좋은데 다마루가 자꾸 따라다니며 방해를 하자 그 친구를 우물가에서 밀어 가둬버린다. 그리고 와타루가 리세를 좋아하자 리세도 질투해 자신의 집으로 불러 해치려 한다. 백합장에 협박편지를 보낸 것도 도모코였다. 도모코는 이 사실이 들통나자 자해를 하며 자살을 시도한다. 
 사실 다마루가 갇혀 있던 우물은 우물이 아니라 예전에 할머니의 남편이 어떤 이유로 군인들을 죽여 가둬놨던 시체보관소였다. 혹시 모를 시체냄새를 가리기 위해 할머니는 저택 안에 백합을 엄청나게 심어둔 것이었다. 할머니는 리세가 이 장소를 발견해 처분해주기를 바랬다. 할머니의 암호인 '주피터'도 이 장소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리세의 사촌오빠 미노루가 도모코와 다마루에게 암시를 걸어(어떻게 암시를 건다는건지. 좀 이상한 것 같다.) 기억을 조작하는데 둘이 나중에 좋아하게 된다.(둘이 좋아하게 된다는 것도 이상해..)
 리야코는 할머니가 마당에 재산을 숨겨뒀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삽으로 파다가 사고로 죽는다. 
 리나코는 사실 리세의 약혼자 요한(둘은 서로 어렸을 때부터 결혼하기로 정해져 있었다.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은 열매'에도 나오는데 리세의 아버지는 자신의 후계자를 고르기 위해 여러 여자에게서 자신의 아이를 낳게 해서 그 아이들 사이에 치열한 혈투가 이었는데 결국 후계자로 선택된 것은 리세였고 약혼자로 마피아의 아들 요한이 정해져 이었다.)의 정적이 리나코를 고용해 리세를 죽여달라고 한 것이다. 마지막에 리나코는 리세를 죽이려 하지만 미노루에 의해 저지당한다. 이 부분도 사실 무뜬금이다. 유치함. 
 도모코의 신지는 리세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별 비중이 없다. 이 부분도 이상해. 
 리세와 미노루는 어둠의 세계에 있지만 밝은 세계에 있던 와타루가 리야코를 죽이려고 시도하려다 리야코가 좀 더 일찍 사고사로 죽는 장면이 있는데 이부분도 뭔가 허세스럽다. 어둠의 세계에 나도 가고 싶으니까 살인을 저질러야지! 이런 느낌이어서 유치해보였다. 그리고 리세가 와타루와 한 번 자주고 런던으로 떠나는데 이것도 뭔가 허세느낌들어서. 나만 그런건가?????????
 
 아무튼 연작이라고 하는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랑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은 열매'는 굉장히 좋았는데 마지막 편인 이 책은 그닥...별로였다.
 
Posted by 이니드417
2012. 9. 16. 13:11

 미용실에서 머리하면서 읽었는데 예전에 읽었던 것 같다. 대학생 때.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책도 읽었는데 4장에 '회전목마'라는 글에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은 열매'와 똑같은 설정의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공도 같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어서 예전에 읽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드나보다고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니까 '보리의~'도 예전에 읽은게 분명하다. 왜냐하면 검색해보니까 '회전목마'에서 나오는 결말과 '보리의~'에서 나오는 결말이 전혀 다른데 이 책의 결말도 너무 익숙해서. 읽었던 책을 다시 사서 읽어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야기가 전혀 기억이 안 났기 때문에 괜찮은 것 같기도.
 리세라는 아이는 외딴 섬에 동떨어진 기숙학교로 보내진다. 실은 리세는 기억을 잃었다. 그래서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고 왜 이 기숙학교에 오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리세의 주변사람들은 리세가 아주 예쁘고 얌전한 아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중성이 느껴져서 이질감을 느끼는데 그 이유는 기억상실증때문이었다. 리세는 어릴때부터 다른 인격을 연기해서 주변사람들을 속아넘어가게 하곤 했는데 기억을 잃고서 자신도 모르게 다른 인격을 연기하고 있어서 뭔가가 부자연스러웠던 것이다.
 이 기숙학교의 교장은 여자처럼 차려입기도 하고 남자처럼 차려입기도 한다. 사실은 남자다. 교장은 기숙학교의 후계자를 정하기 위해 여러 여자들에게 자신의 아이를 낳게 한다. 레이코와 리세도 그 중의 하나다. 레이지라는 소년도 교장의 아들일 것이라는 암시는 주지만 확실하게 나오지는 않는다.
 레이코는 여자아이지만 어릴때부터 남자아이라고 주입받으면서 자란다. 그의 어머니가 레이코를 학대하고 남자라고 믿게끔 만든 것이다. 레이지는 레이코를 좋아하지만 겉모습과 속마음이 남자인 레이코를 좋아한 것이지 생물학적으로 여자인 레이코를 좋아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레이지가 동성애자인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 헷갈리긴 하다. 레이코는 레이지가 자신을 좋아해주자 학대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열고 다가가려 하지만 레이지가 사실은 남자로서의 자신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큰 정신적 충격을 받고 정신이상이 되버린다. 교장은 그런 레이코를 학교 내의 신경정신병원?에 가두고 치료를 하려 한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는 레이코가 집으로 돌아갔다고 알린다. 레이코와 친했던 아이들은 그 말을 믿지 않고 레이코가 죽었거나 살해당했다고 믿는다. 레이코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미스터리가 책의 전반부에 비중있게 나온다. 
 요한이라는 소년도 이 기숙학교에 전학오는데 요한은 사실은 리세의 약혼자였다. 예전부터 리세를 알고 있었지만 기억상실증에 걸린 리세는 요한을 알아보지 못한다. 요한은 유명한 마피아의 아들이다. 겉보기에는 잘생겼고 친절해서 인기가 많지만 속마음은 매우 악하다. 그래서 자신을 좋아해서 쫒아다니며 귀찮게 하던 교장의 친위대 여자아이를 높은 탑에서 밀어 죽여버리기도 한다.
 레이코는 교장의 눈에 들기 위해 교장의 아들인 같은 학교 학생 슈지를 칼로 찔러 죽인다. 그리고 리세마저 죽이려고 하지만 리세는 살아남는다. 하지만 리세를 좋아하게된 레이지가 리세를 구하려고 리세 대신 레이코의 칼에 죽게 된다. 리세도 레이지를 좋아했었던 것 같다. 예전에도 레이코가 리세를 죽이려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레이코가 리세를 창문에서 밀어 죽이려고 했을 때 리세는 충격을 받고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리세는 사실은 착하고 얌전한 여자아이가 아니었다. 교장으로부터 학교를 물러받기 위한 야심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결말에 교장으로부터 후계자로 선택받고 학교를 떠나지만 계속 그 후계자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Posted by 이니드417
2012. 9. 9. 23:48

일본의 전후의 시골을 배경으로 중학교 3학년 반에서 일어난 일이다.
나중에 반전으로 마지막으로 밝혀지는 거지만 그 반 반장 이치바는 머리가 좋지만 약해서 누군가에게 왕따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공포신문이라는 신문을 만들어서 반의 학생들을 자기 뜻대로 조종한다. 같은 반 학생들은 누가 공포신문을 발행하는지 알지 못했다. 칠판에 '숙청, 누구누구'라고 이름을 적으면 그 사람은 공격대상이 된다. 그로 인해 왕따를 당하고 심지어 자살한 학생까지 생겼다. 그 반 선생님도 그 반 여학생 하세즈를 성추행했다는 누명을 쓰고 쫒겨나게 된다. 기차를 타고 가는데 공포신문에 의해서 조종당한 누군가가 철로에 돌을 놓아서 기차가 선로를 벗어나 큰 부상까지 입게 된다.
그 이후로 20년?정도 후에 이치바와 부반장이었던 후지무라가 동창회를 개최하고자 한다. 그 동창회 신문을 보고 살해계획을 세우던 간자키는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게 된다. 간자키는 그 반에 들어갔다가 선생님이 왕따였다는 소문을 본의아니게 흘러서 왕따를 당하고 쫒겨난 인물이다.
동창회 신문을 보고 복수를 결심한 복수자가 동창회신문에서 인터뷰한 동창생 2명을 죽이고 담임이었던 니시오카?까지 죽이려 하다가 실패한다. 동창회날 학생들을 유인해서 학교로 들어가게 해서 학교에다 불을 지르기도 한다.
범인 복수자는 자살한 학생의 아버지였다. 범인을 짐작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초반에 자살한 학생의 아버지는 의연하게 대처하는 걸로 나온다. 그러나 실은 자살한 아들 때문에 정신이상증세가 온 아내때문에 의연한 척 한 것이었지 그는 줄곧 복수심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하세즈를 성추행한 사람도 이치바였다. 하세즈의 아들은 이치바의 친자였고 담임이었던 니시오카는 아버지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치바와 후지무라가 서로 사랑하게 되어 이루어지는 것이 신기했다. 후지무라는 이치바를 용서했다.

일본 미스터리는 읽고 나면 개운한 느낌이 안들고 뭔가 찝찝하다. 궁금한 마음에 계속 읽게 되긴 하는데...
그럭저럭 괜찮은 이야기였다. 아이디어도 신선하고.

Posted by 이니드417
2012. 8. 28. 15:47

 문학책에 대한 내용과 작가가 일상에서 겪은 일들을 관련지어 쓴 수필들이다.
 초, 중학생 때 문학책을 많이 읽었었는데(특히 세계문학) 이 책에 나온 것들이 내가 읽어봤거나 아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라서 그 책들에 관한 작가의 나와 다른 생각들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다.
 작가는 두 다리를 못쓰는 장애인이고 척추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겪을 수 없는 일들과 생각들이
글에 많았던 것 같다. 
 
 

Posted by 이니드417
2012. 8. 14. 02:33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밴드의 가수가 쓴 에세이이다. 처음엔 전문적인 작가가 쓴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수가 썼다는 걸 나중에 알고 좀 신기했다.
이 사람은 감수성이 엄청 풍부하고 예민하고 자주 우울해하고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불신이 있다. 영원한 사랑을 믿지 않고 사랑에는 항상 끝이 있다, 유한하다, 믿을게 못 된다고 이야기한다. 사실이긴 하지만 그 생각에 너무 사로잡혀서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한다. 6년 정도의 결혼 생활 끝에 이혼하고 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그 상처를 쉽게 극복하지 못하는 듯 했다.
38살의 젊은 나이에 큰 병을 얻어서 건강하지 못하니까 더 예민해지고 우울해지고 집안 내력에 우울증이 있다는데 그 영향도 있을 것이다. 병 때문에 먹고 싶은 걸 못 먹게 되었다는데 이건 정말 힘들 것 같다. 나이 많은 사람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종종 있지만 너무 젊은 나이에 마음대로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되었으니까 진짜 괴롭겠다.
게다가 자기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도 있고 어머니가 글쓴이를 엄청 간섭하고 구속하는 성격이라 힘들어했고 집안이 예전에는 엄청 부자였는데 가세가 기운 경험도 했다.  
글 읽으면서 사람들이 흔히 상상하는 전형적인 예술가 성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은 잘 쓰는데 평소에 책을 전혀 읽지 않았다고 하니 신기했다. 서점가는게 취미인데 읽지도 않는 책들을 사 모았다고 한다. 요즘에서야 책을 읽게 되었다고 하는데 글을 굉장히 잘 쓰니까 신기하다. 글쓴이가 굴곡 많은 인생을 살아와서 그 경험때문에 글을 잘 쓰게 된 것 같기도 하다. 힘든 인생이면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남들은 해보지 못한 다양한 경험을 하니까 글을 잘 쓰게 되는 것 같다. 나처럼 평탄한 인생을 살아왔으면 글 잘 쓰게 되긴 힘들겠지. 근데 내성적인 성격의 사람들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같다. 나도 좀 그런 것 같고.
사실 에세이는 읽으면 잡다한 이야기들이라서 기억나는게 별로 없다. 읽으면서는 계속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이 사람은 글을 참 잘 쓰는구나, 관찰력이 뛰어나구나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Posted by 이니드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