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25살 때 쓴 처녀작이다. 읽다 보니까 조금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 예전에 읽었던 알랭 드 보통 책들에 비해서 조금 약한 것 같은...
알랭 드 보통은 일상적인 것들에 대해서 남들과 다르게 깊게 생각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대단한 것 같다. 재미도 있고.
'연애'라는 것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생각한 내용이다. 사실 보통 소설과는 다르게 극적인 이야기들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연애'의 일반적인 이야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에피소드에서 작가가 그에 대해 철학적으로 해석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남자는 클로이를 만나서 사랑에 빠진다. 클로이도 이 남자를 좋아하게 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처음에 클로이를 사로잡기 위해서 안절부절하던 때와는 달리 사귀고 나서는 클로이의 단점도 보이게 되고 사소한 일(그녀의 구두가 마음에 안드는 다는 둥)로 그녀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 이러한 에피소드의 묘사가 굉장히 유머스러웠는데 기억이 안남.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부족한 나 자신에 비해 우월해보이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데 왜 그렇게 완전한 존재인 자신의 연인은 결핍되있는 나를 좋아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이 들면서 자기 애인에 대한 의심이 들기도 하고. 진짜로 좋은 사람인가, 완전한 사람인가.
남자는 자신의 동료 윌과 클로이를 소개시켜주는데 그 이후로 하루동안 클로이에게 갑자기 연락이 안되면서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온갖 상상을 다하다가 클로이가 친구네 집에서 잠들었느니 대충 변명하는 소리를 듣고 그 말을 믿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러나 클로이는 분명히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둘은 함께 여행을 가게 되는데 클로이가 자신에게 잘해주자 더 불안해한다. 결국 클로이는 윌과 그날 함께 잤다는 고백을 하고 남자는 멘붕.
여자에게서 버림받은 자신은 선이고 바람피운 여자와 윌은 악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자살을 할까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자살을 하면 내가 죽음으로써 클로이가 얼마나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며 윌이 얼마나 놀라고 힘들어할 것인지 볼 수가 없다. 내가 원하는 건 죽는 동시에 살아서 그것을 지켜봐야하는 건데 그럴 수가 없다. 그러니까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가 아니라 죽는 동시에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이 문단을 읽고 엄청 웃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날 호텔에서 혼자 지내면서 아무 생각없이 티비보고 누워있고 하는데 옆방에 묵는 연인의 하는 소리를 듣고 욕하면서 괴로워하는 장면도 엄청 웃겼음.
그리고 예수컴플렉스라는 게 나오는데 나에게 이런 엄청난 시련을 준 것은 내가 대단한 사람이어서다. 라며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는 것도 웃겼다.
클로이와 함께 했던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그녀가 떠올라서 괴로워하며 자신은 이제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며 찌질하게 굴지만 어느 순간 그녀가 먼저 떠오르지 않는다. 어떤 장소가 그녀가 살던 곳이라는 것부터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오늘 친구와 약속한 식당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게 되면서 점차 클로이를 잊어간다. 처음에는 클로이를 잊는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그러다 레이철이라는 매력적인 여자를 본 순간 자기가 또 사랑에 빠졌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소설은 끝.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세이] 끌림 - 이병률 (0) | 2012.10.31 |
---|---|
[소설] 환야1 - 히가시노 게이고 (0) | 2012.10.25 |
[소설] 황혼녘 백합의 뼈 - 온다 리쿠 (0) | 2012.10.10 |
[소설]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은 열매 - 온다 리쿠 (0) | 2012.09.16 |
[소설] 침묵의 교실 - 오리하라 이치 (0) | 2012.09.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