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서 머리하면서 읽었는데 예전에 읽었던 것 같다. 대학생 때.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책도 읽었는데 4장에 '회전목마'라는 글에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은 열매'와 똑같은 설정의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공도 같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어서 예전에 읽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드나보다고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니까 '보리의~'도 예전에 읽은게 분명하다. 왜냐하면 검색해보니까 '회전목마'에서 나오는 결말과 '보리의~'에서 나오는 결말이 전혀 다른데 이 책의 결말도 너무 익숙해서. 읽었던 책을 다시 사서 읽어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야기가 전혀 기억이 안 났기 때문에 괜찮은 것 같기도.
리세라는 아이는 외딴 섬에 동떨어진 기숙학교로 보내진다. 실은 리세는 기억을 잃었다. 그래서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고 왜 이 기숙학교에 오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리세의 주변사람들은 리세가 아주 예쁘고 얌전한 아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중성이 느껴져서 이질감을 느끼는데 그 이유는 기억상실증때문이었다. 리세는 어릴때부터 다른 인격을 연기해서 주변사람들을 속아넘어가게 하곤 했는데 기억을 잃고서 자신도 모르게 다른 인격을 연기하고 있어서 뭔가가 부자연스러웠던 것이다.
이 기숙학교의 교장은 여자처럼 차려입기도 하고 남자처럼 차려입기도 한다. 사실은 남자다. 교장은 기숙학교의 후계자를 정하기 위해 여러 여자들에게 자신의 아이를 낳게 한다. 레이코와 리세도 그 중의 하나다. 레이지라는 소년도 교장의 아들일 것이라는 암시는 주지만 확실하게 나오지는 않는다.
레이코는 여자아이지만 어릴때부터 남자아이라고 주입받으면서 자란다. 그의 어머니가 레이코를 학대하고 남자라고 믿게끔 만든 것이다. 레이지는 레이코를 좋아하지만 겉모습과 속마음이 남자인 레이코를 좋아한 것이지 생물학적으로 여자인 레이코를 좋아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레이지가 동성애자인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 헷갈리긴 하다. 레이코는 레이지가 자신을 좋아해주자 학대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열고 다가가려 하지만 레이지가 사실은 남자로서의 자신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큰 정신적 충격을 받고 정신이상이 되버린다. 교장은 그런 레이코를 학교 내의 신경정신병원?에 가두고 치료를 하려 한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는 레이코가 집으로 돌아갔다고 알린다. 레이코와 친했던 아이들은 그 말을 믿지 않고 레이코가 죽었거나 살해당했다고 믿는다. 레이코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미스터리가 책의 전반부에 비중있게 나온다.
요한이라는 소년도 이 기숙학교에 전학오는데 요한은 사실은 리세의 약혼자였다. 예전부터 리세를 알고 있었지만 기억상실증에 걸린 리세는 요한을 알아보지 못한다. 요한은 유명한 마피아의 아들이다. 겉보기에는 잘생겼고 친절해서 인기가 많지만 속마음은 매우 악하다. 그래서 자신을 좋아해서 쫒아다니며 귀찮게 하던 교장의 친위대 여자아이를 높은 탑에서 밀어 죽여버리기도 한다.
레이코는 교장의 눈에 들기 위해 교장의 아들인 같은 학교 학생 슈지를 칼로 찔러 죽인다. 그리고 리세마저 죽이려고 하지만 리세는 살아남는다. 하지만 리세를 좋아하게된 레이지가 리세를 구하려고 리세 대신 레이코의 칼에 죽게 된다. 리세도 레이지를 좋아했었던 것 같다. 예전에도 레이코가 리세를 죽이려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레이코가 리세를 창문에서 밀어 죽이려고 했을 때 리세는 충격을 받고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리세는 사실은 착하고 얌전한 여자아이가 아니었다. 교장으로부터 학교를 물러받기 위한 야심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결말에 교장으로부터 후계자로 선택받고 학교를 떠나지만 계속 그 후계자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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