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했다.
'아노라'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거기 주인공이 성매매업 종사자다. 그리고 그 감독의 영화들의 등장인물 중 꼭 성매매를 하는 여자가 나오고 성매매하는 여자를 성노동자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연출시켜서? 미화시킨다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리고 감독이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고 성노동자 힘내라는 등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근데 사실 커뮤니티에서 이런 이야기를 접하면서 나도 성매매가 노동인지, 그러니까 일해서 정당하게 돈을 버는 게 맞는 건지, 그게 아니라 성매매는 옳지 않고 없어져야 하고 미화시켜서는 절대 안되는 건지 사실 잘 모르겠어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한국 성인 남성의 절반이상이 성 구매 경험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다.
성매매 여성들은 사정이 급해서 잠깐이라고 생각하고 발을 들이지만 선불금 사기로 영영 발을 못 빼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성시장은 일제시대때 시작되었고 미군이 들어오면서부터 일본식 공창제에 미국식 성매매 관리 정책이 더해졌다. 해방 이후 일본인 업주가 물러난 자리를 한국인 업주들이 접수하고 일부는 폭력 조직들이 장악했다.지금까지 흔적이 남아있는 곳들은 모두 일본에 의해 만들어진 유곽이다. 부녀자를 접객으로 두고 술을 따르고 흥을 돋우도록 법에 명시되어 있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이 유일한다. 현재 한국의 성매매 규모와 형태를 결정지은 그 원본이 바로 일본이다. 도우미가 술자리에서 상시 동원되는 업소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일본과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성매매는 강요든, 자발적이든 그것과 관계없이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성매매를 합법화시켜서 부추길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다른 방식으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성매매 여성은 비범죄화하고 구매 수요는 처벌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성매매가 성인 간 자발적 거래라는 생각은 잘못되었다. 자발적으로 성매매하는 여성과 강요당하는 여성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겠는가.
성매매는 폭력과 다름이 없다. 그렇게 취급당해도 되는 사람(착취당하고 학대당하고)은 세상에 없다.
어떤 경우에든 누군가를 사고파는 것이 선택이 되어서는 안된다. 언제든 누구에게든 관계없이 성매매는 해롭고 폭력적이다.
성매매 비범죄화한 나라들의 부작용들은 매우 많았다. 성매매가 기업화되고 서비스 경쟁이 심해지자 기존에 존재하던 안전과 관련된 규율이 오히려 사라졌다. 독일의 경우 비범죄화되었는데 성매매 여성의 90퍼센트가 이주여성이다. 대형성매매 업소의 인신매매등 인권 착취범죄도 드러나고 있다. 네덜란드, 독일의 경우 성매매 포주들은 성공적 사업가로 소개되고 자서전 출간, 리얼리티 쇼 등에 출연하기도 한다.
성매매 여성이 동의한다고 해서 성매매의 폭력적 본질이 사라지지 않는다.
검찰 또한 가볍게 생각하며 업주와 유착관계인 경우가 많다.
단속화되면 음지화되어 더 심각해진다, 성매매를 금지하면 성폭력이 늘어난다. 성매매는 가장 오래된 직업이다 등이 주장은 너무 비논리적이며 이상하다는 의심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반복되어 왔지만 아주 헛소리라는 것.
성매매는 사업도 직업도 아니며 이를 '노동'이라고 부를 수 없다!
인상깊었던 구절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성매매가 '페이강간'이라는 말이 충격적이었다. 여성이 자발적으로 직업으로 가졌다는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사실 그것조차 선불금 사기든, 사회적 분위기든, 정말 사정이 여의치 못해서든 어떤 이유에서든 강요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정말 그들의 주장대로 자발적이라고 치더라도 그 행위 자체의 본질이 폭력적이고 그 일을 하고 있는 여성의 존엄성과 인권을 해치는 행위이며 영혼에 상처를 남길 것이며, 그런 취급을 받는 것을 아무도 원하지 않을 것이며, 그냥 한마디로 성매매는 페이강간이나 다름없다는 것.
그리고 비범죄화된 나라에서 겪는 부작용들이 많았다. 독일, 네덜란드에서 포주만 부자가 되었다고 하고 성매매하는 여성의 90프로가 이주여성이라는 것을 보면 그냥 돈 없고 힘 없고 정말 막다른 곳에 다다른 여성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걸 알 수 있으며, 그들을 도와줘야 하고 다른 소득창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는 것.
이제 왜 아노라 영화 감독을 일부 사람들이 비난하고 그 영화의 소재를 그토록 싫어했는지 이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