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예전부터 본 것 같은데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빅터 프랭크의 책을 읽어서 내용이 겹칠까봐 계속 안 읽고 있다가 드디어 읽게 되었다. 근데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너무 예전에 읽어서 이제 내용이 기억도 안난다.
이 책은 나치의 유태인 말살정책으로 운영되던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생존자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수용자들은 증인이 되기 위해서, 자신이 이런 일을 겪었다는 것을 거짓없이 증언하여 역사에 남기고자 하는 일념으로 살아남았다고 한다.
이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서 충격적이었는데 수용자들은 배설물을 어떻게 처리할까. 화장실은 있지만 그냥 얕은 구덩이에 나무 판자를 대 둔 곳이 화장실이고 이질이 돌아서 설사하는 사람들이 많아 화장실은 항상 줄이 길게 서있고 나무판자때기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볼일을 봐야한다. 간수들은 장난으로 줄 서있는 수용자들에게 앉아서 뜀뛰기를 시켜 그자리에서 싸게 만들기도 하고 변을 보면 더 심하게 때리기도 했다. 밤에는 화장실에 가지 못하니까 수용자들은 식기에 배설물을 받았고 그 식기에 음식물을 받아 먹었다. 스카프의 천을 조금 잘라내어 휴지 대신 쓰기도 했다. 수용소 안에는 휴지를 비롯 종이 같은 것이 없었다고 한다. 수용소로 옮겨 오는 열차 안이나 이동을 할 때는 배설 할 공간이나 시간이 없어서 바로 옷에다가 싸야 했으므로 언제나 참기 힘든 악취가 진동을 했다고 한다. 배설물을 먹게 하거나 배설물 구덩이에 미는 고문을 하기도 했다. 배설물 구덩이에 빠져서 죽기도 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아주 어린시절부터 배설물은 당연히 손도 대지 않고 구역질나는 걸로 교육받다가 배설물을 접촉하게 되면서 정신력을 말살하고 충격을 받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한다. 간수들은 이렇게 더럽고 냄새나는 수용자들을 보며 인간같지 않게 생각하게 되고 벌레만도 못하다고 생각하게 되어 고문하거나 사살하는 것에 죄책감을 없애주었다.
씻기를 그만두는 사람부터 죽었다. 커피 한 잔을 배급받으면 한 두모금 마시고 나머지로 세수를 하고 씻게 되는데 이마저 귀찮아서 커피를 다 마시고 씻는 걸 포기한 사람부터 죽었다는 것이다.
자는 시간만이 유일하게 지옥과 같은 현실을 잊는 시간인데 잠도 조금 재우고 깨우곤 했다.
조직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조직하는 것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무언가를 얻는 것이다. 캐나다라는 이름의 창고가 있는데 무엇이든지 풍족하게 구할 수 있다고 하여 캐나다라고 불렀다. 수용자들이 뺏긴 물건들을 모아놓은 곳인데 이 곳을 치우거나 여기서 일하는 사람은 반드시 아무리 사소한 무엇이라도 훔쳐서 나왔다. 물론 목숨을 걸어야 한다. 이 물건은 물물교환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그냥 베풀기도 했다.
수용소에서도 저항세력이 있었다. 대놓고 반항하거나 간수를 살해한다거나 하면 그 반항자가 나온 수용소 전체 몇 백명이 학살되기 때문에 이처럼 적극적인 반항은 절대 하지 않는다. 아주 사소하지만 병이 든 사람을 쉬게 하기 위해 병원에 보내고 심한 병에 걸리면 죽이기 때문에 이름을 바꿔치고 학살자들 명단이 나오면 이름을 바꿔치는 등 아주 사소한 반항을 하게 된다.
빵의 법률이라는 것이 있는데 빵을 훔쳐먹는 자는 수용자들이 생존을 위해 응징하게 된다.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인데 그 응징은 죽이는 것이다. 빵을 훔치면 죽인다는 법률이 있어야 생존과 즉결되는 도둑질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를 잊어야 한다. 오직 현재만 생각해야 한다. 내가 과거에 연구하던 논문이 있었는데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었는데 등 이런 것은 전혀 생각하면 안된다. 단지 지금 이시간 다음 시간 시간을 버티고 살아내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옥과 같은 상황에서도 서로 도왔다. 빵을 양보하기도 하고 점호시간에 몇 시간 동안 서 있어야 할 때 간수들의 눈을 피해 병에 걸려 서있지도 못하는 사람을 서로의 몸과 몸으로 지탱해주었다. 병에 걸리면 죽이기 때문에 병자를 부축해서 일터로 데리고 나와서 나무덤불사이에 숨겨서 쉬게 하기도 했다.
인간의 여러 가지 욕망이 있는데 성욕은 상실된다. 지옥같은 상황에서 성욕을 느끼는 사람은 없었다. 수용소 안에 들어오면 여자들은 생리도 자연스럽게 끊겼다. 풀려난 후 몇 달이 지나고서야 시작되었다.
보직을 맡아야 산다. 간수의 역할을 맡아 횡포를 부리는 척하며 수용자들을 감싸주는 사람도 있었다.
임산부들과 어린 아기들은 모두 죽였다. 트럭안에 셀 수 없이 많은 갓난 아기들을 실어서 구덩이에 파 묻기도 했다고 한다. 임산부들을 살리기 위해서 병원에서는 아기를 죽이기도 했다. 산모라도 살리기 위함이었다.
전쟁이 끝나가면서 나치는 증거를 없애기 위해 유태인들을 닥치는대로 죽였는데 나중에는 가스실에서 죽이고 태우지 않고 산채로 태워죽이기도 했다.
전쟁이 끝날 즈음 수용자들을 옮기는 죽음의 행진이 있었다. 수주일동안 겨울의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를 견디며 걸어서 이동해야 했는데 자면 죽는다. 그래서 동료들끼리 서로 자지 않도록 서로 깨워주었다.
여자 수용소에서 여자들에게 구덩이를 하루 종일 파게 했다. 그리고 갑자기 구덩이에 들어가게 하고 총격이 시작되었다. 생존자는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몇 시간이 지난 후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것을 깨닫고 주변에 살아남은 사람이 없냐고 외치자 또 한 명의 생존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생존자로 남기 위해서는 운도 좋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살아나가야 겠다는 의지를 잃지 않아야 한다. 아무리 극한 상황에서라도 인간은 본능적으로 생존하고자 저항하게 된다.
대량학살에 대한 구체적인 증언들과 사실들을 독일에서는 정말 구체적으로 교육한다고 한다. 다시는 이러한 대량학살이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고 그러한 역사를 반성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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