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20. 22:06

 재미있다. 트릭이나 반전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게 한 점이 좋았고 소재도 신선하고 역사적으로 의미도 있어서 더 좋았고 아무튼 전체적으로 마음에 든다. 

 키가 150cm도 되지 않는 노인이 상가의 여주인을 살해한다. 여주인은 소비세 12원을 받아내려다 노인에게 살해를 당한다. 형사 요시키는 이 사건의 동기에 의문을 갖고 수사를 시작한다. 사실 노인과 여주인은 아는 사이였다. 노인 나메카와는 젊은 시절 벤야마 형사에게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쓰고 26년동안 감옥살이를 한다. 나메카와라는 이름은 벤야마 형사가 노숙자이고 연고가 없는 그를 유괴살인범으로 몰기 위해서 호적을 거짓으로 만들어준 것이고 사실 나메카와는 한국인이고 이름은 여태영이다. 여태영과 남동생 여태명은 한국인이지만 일제시대에 억울하게 징용을 당해 일본에 강제로 끌려왔다. 여태영은 한국에 아내를 남겨둔채였다. 둘은 전란의 비참한 징용시절을 견디고 먹고 살기 위해 서커스단에 입단하게 된다. 흔히 사람들은 서커스단의 단원은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리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그냥 젊고 운동신경만 좀 있으면 연습을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서커스단의 스타 사쿠라이 요시노는 젊고 무척 아름답다. 서커스단의 손님들은 대부분 그녀를 보기 위해서 찾아온다. 사쿠라이는 어린 시절부터 서커스단에서 자랐기 때문에 서커스단을 나가서 도쿄에 살면서 바깥세상을 즐기고 싶어한다. 서커스단의 사람들은 사쿠라이가 가버리면 손님들이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녀를 여태명과 결혼시키려 한다. 처음엔 사쿠라이가 여태명을 좋아했지만 그 마음은 금방 식었다. 하지만 여태명은 진지하게 마음을 다해 사쿠라이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도쿄의 조폭이자 사업가 겐다에게 가서 그가 후원해주는 자유롭고 화려한 삶을 살아보려 한다. 사쿠라이는 여태명과 한국으로 가겠다고 속이고 형인 여태영과 함께 도망을 친다. 하지만 사쿠라이는 여태명에게 전혀 마음이 없었고 겐다에게 가려는데 혼자 도망치기는 무서우니까 여태명을 이용한 것일 뿐이었다. 사쿠라이와 여태영, 여태명은 함께 기차를 타는데 그 기차에는 서커스단에서부터 그들을 미행해 온 겐다의 부하 두 명이 함께 타고 있었다. 부하 아라마사는 사쿠라이를 불러내 겐다가 모시고 오라고 했다고 말을 전한다. 여태명은 사쿠라이에게 나를 사랑한 것이 아니었냐고, 나를 속인 것이었냐고 묻는다. 사쿠라이는 나는 너를 사랑한게 아니었다. 바보같이 그것을 믿었느냐. 나는 너 따위에게 관심도 없다며 그의 마음을 짓밟는다. 화가 난 여태명은 사쿠라이와 다투다가 시비가 붙고 아라마사는 단도로 여태명을 찔러 죽여버린다. 여태영은 이를 목격하고 항상 가지고 다니던 총을 쏴서 아라마사를 죽인다. 여태영은 죽은 동생을 안고 기차에서 뛰어내린다. 동생의 시체를 업고 한참을 걷다가 다른 기차에 오른다. 기차에 오르기 위해 동생의 시체를 이용한다. 동생의 시체를 투신자살한 사람처럼 철도에 두어 기차를 멈추게 한것이다.  그 기차에 굳이 오른 이유는 아라마사를 죽인 것을 숨기기 위해서다. 그가 다른 기차에 타고 있었다는 알비바이를 만들기 위해 삐에로 복장을 하고 기차 안에서 춤을 춘다. 그리고 기차의 화장실에 동생을 철도에 두었을 때 절단된 머리와 손목 두개를 이용하여 삐에로 복장에 눈을 채워 머리에 총을 쏘아 구멍을 만들어 기차의 승객이 볼 수 있게 하여 목격자를 만든다. 즉 그가 죽은 것처럼 느껴지게 한 것이다. 동생의 머리와 손목에 끝을 묶어 그는 기차의 지붕위에 매달린 채였다. 목격자들을 만들고 동생의 시체를 회수하기 위해 끈을 묶은 것이다. 또 경찰이 조사하면 가짜 시체라는 것을 알아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끈을 당겨 동생의 시체의 조각을 회수하지만 승객들은 시체가 사라졌다고 믿는다. 승객들과 승무원들이 투신 자살한 시체라고 믿는 그 시체는 사실 동생의 시체인 것이다. 두 손목과 머리가 없는. 여태영은 키가 작고 여태명은 180cm가 넘는 키다. 여태영은 동생의 나머지 시체를 회수한다. 승무원이 의심할까봐 머리끝까지 옷을 입고 동생의 시체인 척하는데 승무원이 다가오자 놀라서 도망친다. 승객들은 목없는 시체가 저절로 일어나 돌아다닌다고 생각한다. 승객들이 놀라서 그에게 밀가루를 던지는데 마침 근처의 절에서 화재가 나서 생긴 불티와 밀가루가 접촉하여 폭발사고를 일으킨다. 그래서 그 칸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모두 죽고 여러 사람이 크게 다친다. 여태영은 살아아 동생의 시체를 벚나무 아래에 묻어준다. 둘은 함께 한국을 돌아가기로 결심을 했지만 여태영은 동생의 복수를 갚기 위해 사쿠라이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26년동안 누명을 써서 감옥살이를 하느라 성공하지 못했지만 6년여를 헤맨끝에 사쿠라이를 우연히 찾아낸다. 사쿠라이는 겐조에게 가서 오이란(고급 접대부)이 되어 행진하는 행사에 참여했다. 그래서 그녀는 오이란 분장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쿠라이는 서커스단에 있을 때에도 오이란 분장을 한채 공연을 하곤 했다. 그래서 여태영은 32년이 지났지만 오이란 분장을 한 그녀를 알아본 것이다. 여태영은 32년동안 노린 복수를 하게 된 것이다. 

 무서운 동화, 괴담같은 이야기 속의 말도 안되는 트릭을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지 궁금했는데 앞 뒤가 맞게 트릭을 푸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여태영의 삶이 너무 슬퍼서 비록 살인자지만 연민이 갔다. 강제징용, 사할린으로의 강제이주, 미해결 사건을 용납할 수 없는 사회분위기 때문에 연고 없고 뺵없는 그를 범인으로 몰아서 누명을 쓴 일, 철없고 기고만장하고 자기 밖에 모르는, 얼굴만 아름다운 여자때문에 조롱당하고 비참하게 살해당한 동생의 일 등. 그리고 여태영이 쓴 네가지 소설도 사건과 연계도 되고 이야기가 풍부해져서 이것도 좋았다.

Posted by 이니드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