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12. 16:22

 대형할인점에서 일하는 여직원의 판매일기.
 저자는 식품회사에 소속되어 정식으로 일하는 회사의 직원이고 알바생은 아니다.
 나는 대형할인점 가는 걸 좋아하는데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다. 이 책을 읽고 그들의 일상을 자세히 알게 되어서 다음에 대형할인마트에 가면 그 사람들이 좀 다르게 보일 것 같다.
 마트에는 경쟁사들이 서로 영업실적을 두고 경쟁을 한다. 비슷한 상품이지만 어느 것이 많이 팔리냐에 따라 그 회사의 물건이 입점될 수 있기 때문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자기 회사의 물건을 고객에게 더 팔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자기 회사 물건을 어느 위치에 몇 줄을 선점하느냐도 경쟁이다. 고객들이 보기 좋은 위치에 조금이라도 많이 진열하기 위해서 싸워야 한다. 서로의 고객을 뺏어가거나 하면 경쟁사 직원들끼리 싸우기도 하지만 매장담당(학교라면 선생님 정도)을 같이 욕하며 친목을 쌓기도 한다.
 할인마트에서 원 플러스 원 행사를 하면 고객들은 의심부터 한다. 증정품에 하자가 있거나 따로 양을 적게 하거나 질을 낮춰서 생산하는 거 아니냐며 믿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따로 생산하면 거기에서 더 비용이 발생한다. 그냥 밑지고 팔아서 다른 상품에서 이윤을 얻겠다는 거다. 경쟁때문에 손해보고 파는 거다. 
 할인마트에서는 떡이나 과자 등 포장을 뜯기 쉬운 것은 먹어치우고 계산을 안하기도 한다. 마트에서는 손해가 크지만 일일이 범인을 잡아내려 하지는 않는다. 식품을 뜯어 먹는 것은 그렇게 크지 않은 비용이기도 하고,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간혹 와인몇 십만원 짜리를 훔쳐가기도 한다. 싼 와인의 가격표를 비싼 와인에 붙이는 속임수를 쓰기도 한다. 
 고객들을 대하는 직업이라 고객들이 어이없게 항의하는 것을 다 받아줘야 하고 초등학생들끼리 놀러 와서 시식을 마구 먹고 예의없게 굴어도 받아줘야 하는데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엄청날 것 같다. 노숙자들이나 정신병자들도 상대해야 하고 요즘 멀쩡하고 잘 사는 사람들도 워낙 정신이 이상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리고 사람이 많을 때가 주로 주말이고 오후다 보니까 새벽에 일하고 휴일은 절대 쉬지 못한다. 또 마트에서는 리뉴얼을 자주 하는데 리뉴얼을 하기 위해서는 새벽에 문을 닫고 밤을 새워서 해야 한다. 너무 힘든 일인 것 같다. 생각보다 더.  
 자기 회사의 물건을 입점시키기 위해서 영업사원을 파견하는데 이들은 매장담당을 쫓아 다니며 회사의 물건을 입점시키기 위해 로비를 한다. 매장담당은 이들을 피해다니고 숨는데 영업사원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는 알바가 아니고 식품회사의 정식직원이기 때문에 교육을 자주 받아서 식품에 대해서 빠삭하게 알고 있다. 그 식품이 어디에 좋은 지 식품의 요소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등. 고객들은 직원에게 물어보는데 직원이 잘 알고 있으면 오히려 그 전문성을 의심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들은 충분히 교육을 받아서 모르는게 없다. 
 할인점의 신흥종교에 빗댈만한게 티비에서 하는 식품 고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잘 못 소개되면 그 식품의 판매량은 급하락한다. 또 좋다고 소개되면 사람들은 그 물건만 찾는다. 근데 이것도 오래가지 않고 빨리빨리 식는다. 와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마트마다 와인 매장이 다 들어서 있고 잘 팔린다. 
 빼빼로 데이날은 각종 회사에서 자기 빼빼로를 할인점에 입점시키려고 난리다. 보통 실제 판매량의 5배를 갖다 놓으려 한다. 왜냐면 어짜피 만들어진 것이고 할인점에 들어가기만 하면 직원들이 팔아주려고 노력할 것이니까. 못팔고 남은 빼빼로를 다시 찾으러 안 오는 회사도 많다고 한다. 그런 것들은 전량폐기되기도 하는데 폐기할 때는 감시하는 직원들이 있는 와중에 껍질을 모두 까서 버리는데 직원들이 줏어 먹거나 함부로 가져가게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남는 거 좀 가져가거나 먹으면 어때서?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지만 할인점 직원들 힘들겠다. 하루 9시간 내내 서서 일해야 되고 계속 물건 사라고 외치다 보면 성대결절에 걸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Posted by 이니드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