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1. 00:17

파친코1보다 2편은 조금 재미가 덜하긴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잘 읽었다. 

 

스포

 

 

사전지식없이 읽게 돼서 처음에는 일제시대 때 독립운동 하는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그런 것은 아니었다. 독립운동까지 아니여도 비슷한 장면이 딱 한 장면 나온다. 선자의 남편 백이삭은 목사인데 그가 일하는 교회에 대표인 목사가 있고 대표 목사? 밑에 양아들이 있다. 당시 일본은 기독교를 믿는 사람도 별로 없고 기독교 자체를 좋게 보지 않은 듯 하다. 백이삭 포함 셋은 일본이 신사참배를 강요해서 참여는 하는데 그 중 양아들이 제대로 참배하지 않고 참배하면서 하나님께 기도하는 식으로 저항을 하다가 걸려서 일본 경찰에게 체포돼서 셋 다 감옥에 갇히게 된다. 감옥에 갇혀서도 자기 신앙을 버리지 않고 버텨서 결국 2명은 감옥에서 죽고 백이삭은 죽기 직전에 풀려난다. 일본은 원래 죽기 직전이 되어서야 석방을 해준다고 한다. 결국 백이삭은 풀려나서 얼마 안돼 죽게 된다.

 

이 소설은 재일교포 소위 자이니치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아예 하위계층은 아니고 야쿠자나 파친코 사업 운영 등 어둠의 세계에서 돈을 모은 부유층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에서 엄청난 고생을 하거나 차별당하는 등의 충격적인 내용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3년에 한 번 씩 지문 찍고 외국인 등록증을 만들어야 되는데 거기서 공무원이 헛소리를 해도 잘보여야 되니까 별 말 못한다거나 모자수의 졸업앨범에 일본인 친구들이 욕과 악담을 적어놓았고 노아나 모자수나 학교에서 친구가 없고 차별당하고 나중에 모자수가 상사의 차별로 해고되는 이야기 정도 나온다. 

 

훈이는 절름발이에 언청이인데 성실하고 잘생긴 편이었지만 장애가 있으니까 아무도 시집을 보내려 하지 않는다. 가난한 집안이었던 양진은 훈이에게 시집을 오고 둘은 행복하게 지내지만 훈이는 결핵으로 일찍 세상을 뜨게 된다. 양진과 훈이의 딸 선자(이 소설에서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음)는 시장에서 고한수를 만나게 된다. 고한수는 아주 부자에 잘생겼고 나이는 10대 후반이었던 선자보다 2배정도 많았다. 한수는 끈질기게 공들여서 선자를 꼬시고? 결국 선자는 한수를 사랑하게 된다. 선자는 한수의 아이를 가지게 되고 한수와 결혼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한수는 사실 일본에 본처와 3명의 딸이 있었다. ㅜ 선자는 한수의 첩이 되길 거부하고 한수에게 이별을 고한다.

 

선자네 집은 하숙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일본 가기 전에 잠깐 들른 백이삭이라는 목사가 그 사연을 듣고 선자에게 청혼한다. 백이삭은 몸이 약했는데 양진과 선자가 결핵에 걸린 자신을 극진하게 간호해서 회복했지만 자신이 오래 못 살 것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어차피 일찍 죽을 운명인데 곤경에 처한 선자와 결혼해서 선자의 아기에게 좋은 성을 물려주고 선자의 남편, 선자의 아기의 아버지가 되기로 결심한다. 성경에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는 모양인데 백이삭은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선자와 백이삭은 결혼하고 일본으로 간다. 백이삭의 형인 요셉이 일본에 있는데 백이삭을 불렀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둘은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산다. 선자의 아들 노아도 총명하고 바르게 자란다. 그러다 백이삭이 앞에 말했듯이 감옥에서 병을 얻어 석방되자 마자 죽게 되는데 갑자기 고한수가 선자 앞에 나타난다. 고한수는 곧 일본은 패망할 것이고 미국의 공격으로 이곳은(오사카였던 듯?) 파괴될 것이니 당장 대피하라고 충고하고 먼 지방의 농장으로 대피시켜준다. 

 

노아는 자라서 몇 년 동안 열심히 일하는 와중에 공부도 열심히 해서 와세다 대학에 합격한다. 이 때 고한수가 아버지라는 사실을 숨긴 채 후견인이라며 노아를 경제적으로 도와준다. 노아는 몇 년 동안 편하게 공부하다가 일본인 여자친구의 감으로 고한수가 아버지이고 야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노아는 엄청나게 충격을 받고 어머니한테 실망하고 화를 내고 아무도 모른곳으로 떠난다. 근데 이 부분은 정말 너무 이해가 안됐다. 고한수가 아버지고 야쿠자라서 실망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선자는 고한수가 야쿠자라는 사실을 몰랐고 또 그의 첩이 되기를 거절하고 그를 떠났고 백이삭을 만나서 좋은 가정을 꾸리며 노아를 잘 보살폈는데 왜 어머니와 남동생 모자수와 큰아버지 부부와 모든 가족들과 연을 끊고 16년 동안 숨어지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순결하고 깨끗하고 싶으면 막노동이든 뭐든 정당하게 돈을 벌든가 왜 파친코 가게에 취업을 했는지도 이해가 안됐다. 그리고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계속 일본인인 척 행세한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16년 후, 고한수가 마침내 노아를 찾아내서 선자와 노아가 만나게 되는데 선자가 떠나고 몇 분 후 노아가 자살을 하는데 왜 자살한 건지도 잘 모르겠다. 노아는 일본인이 되고 싶었고 평범한 보통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선자가 나타나서 모든 게 탄로날 지경에 처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자기는 혼외자식이고 차별받는 조선인이고 파친코라는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고 있으니까 그냥 모든 게 싫어서 그랬는지? 그럼 아들의 자살로 충격받은 어머니 선자와 형의 자살로 슬퍼할 동생 모자수, 별로 사랑하지도 않는데 그냥 적당해 보여서 결혼한 그의 아내와 자식들은 무슨 죄인지... 그래서 노아의 자살이 너무 어이없고 황당하게 느껴졌다. 

 

노아의 동생 모자수도 형보다 먼저 파친코 사업에 뛰어들고 (조선인은 일반회사에 취업할 수 없었고 차별받고 있어서 성공할 수 있는 직업이 어둠의 세계인 파친코, 야쿠자, 아니면 개인의 역량으로 성공할 수 있는 작가나 운동선수라든가, 그것도 아니면 공장이나 막노동 등 힘든 일 밖에 없었다고 함) 부자가 되었다. 모자수의 아들 솔로몬도 영국은행에 취업했는데 일본인 상사의 계략과 차별로 해고된 후 아버지를 설득해 파친코 사업에 뛰어든다. 

 

그리고 주변 인물 하루키는 모자수의 친구인데 경찰이고 게이다. 하루키의 남동생은 발달장애인인데 하루키도 사람 좋게 묘사되지만 사실 그의 아내는 무슨 죄인지... 게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결혼하고 발달장애인인 남동생 돌보는 것까지 떠맡기고. 아주 나쁜 사람으로 느껴졌다. 

 

모자수의 아내가 사고로 죽고 모자수는 일본인 여자친구 에쓰코를 사귀는데 에쓰코의 딸인 하나도 참 어이가 없었다. 엄마가 바람펴서 아이들을 버리고 떠나서 상처를 받은 건 알겠는데 하나가 미성년자일 때 임신해서 엄마를 찾아왔을 때 에쓰코가 해결해주고 같이 살자고 했는데도 모자수랑 잠깐 사귀다가 떠나서 스스로 접대부의 삶을 산 것도 이해가 안된다. 결국 손님으로부터 병을 옮아서 죽게 되는데 아마도 에이즈인 듯...? 자기 스스로 불행을 자처하는지? 왜 자기 삶을 내동댕이치는 지 모르겠다.

 

김창호는 백이삭의 형 요셉의 아내 경희를 사랑한다. 김창호는 고한수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고향이 경상도인데도 이념때문에 평양으로 스스로 가게 되는데 아마도 죽었을 것이라고 모두들 예상한다. 사람들이 북한이 그 정도로 부패하고 살 곳이 못된다는 것을 알지 못했고 유토피아로 생각하고 또는 이념때문에 넘어간 사람들이 꽤 되는 듯 했다. 

 

소설 1,2편을 재미있게 읽었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등장인물 스토리 중 이해안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래도 술술 잘 읽혀서 빠르게 읽었는데 그 만큼 흥미롭게 이야기를 잘 쓴 것 같다. 

Posted by 이니드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