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19. 16:37

영국 집사 스티븐슨의 회상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스티븐슨은 직업의식이 너무 투철하고 집사로서 주인에 대한 충성심으로 자기 개인 인생은 챙기지 못했다. 총무인 캔턴에 대해 마음을 갖고 있음에도 절대 표현하지 않는다. 내가 눈치가 없는 탓인지 끝까지 읽으면서도 스티븐슨과 캔턴이 서로 좋아한다는 것을 모를 정도로 서로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다. 반면에 캔턴은 그래도 스티븐슨의 집무실에 몇 번 찾아가 꽃병을 만들어 준다든지 스티븐슨의 아버지가 위독할 때 정성껏 간호를 해주고 자신에게 청혼한 상대가 있다는 것을 스티븐슨에게 어필해서 마음을 떠 보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스티븐슨은 자신의 바람대로 위대한 집사가 되기 위해 아버지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고 캔턴을 진심으로 대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자신의 주인인 달린턴이, 그는 진정한 신사로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결국 역사적으로 나치옹호자로 찍혀 몰락해가는 과정에서도 주인의 뜻을 존중하고 비판하지도 않는다. 반면에 켄턴은 유대인 하녀를 쫒아내려하는 주인에게 실망하고 비난하기도 한다.
스티븐슨은 달링턴이 비참하게 죽고 다음으로 저택을 소유하게 된 미국인 패러데이의 집사가 된다. 패러데이의 권유로 6일 간의 여행을 떠나면서 켄튼을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그녀의 편지에서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이다. 켄튼은 사실 처음에는 남편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켄튼이 사랑한 건 스티븐슨 이었고 남편 벤이 자신에게 청혼한 걸 스티븐슨에게 말해서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떠 본 것이었다. 스티븐슨은 아무 반응이 없었고 켄튼은 단념하고 저택을 떠나 벤과 결혼한 것이었다. 스티븐슨은 그 이야기를 듣고 크게 동요하진 않지만 조금 후회는 했을 것 같다. 스티븐슨은 집사로서 패러데이 주인에게 맞춰주기 위해 자신의 농담과 유머 기술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고민하며 여행을 마친다.
집사의 삶이라는 소재가 특이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그의 주인 달링턴의 저택에서 세계적으로 중요한 회의가 많이 벌어졌고 스티븐슨이 그러한 회의들을 매끄럽게 진행하기 위해 직업적 책무를 다함으로써 그가 가진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러한 중요 회의를 저택에 초대해서 했다는 게 신기했다.

Posted by 이니드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