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12. 2. 24. 00:06

 갑자기 하정우에 빠져가지고 하정우가 나오는 영화 3편 연달아 봤는데 보고 나서 안 사실인데 3편 다 감독이 윤종빈이다. 이 영화는 윤종빈의 대학 졸업 작품인데 독립영화치고 엄청난 성공을 했고 큰 상도 받은 걸로 알고 있다. 유명하다는 건 알았는데 보고나서 답답하고 찝찝한 기분이 들 거 같아서 미루고 있었는데 이번에 보게 됐다. 하정우 땜에. 역시 보고 나니까 찝찝한 기분. 
 태정(하정우)는 군대에서 후임도 적당히 잘 갈구고 선임한테도 적당히 잘하는데, 군대에 적응을 잘 했다고 볼 수 있다. 더럽지만 그래도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고 현명하게 잘 대처하면서 나름 편하게 군생활을 보낸다. 태정의 후임으로 들어온 승영은 명문대 출신에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자신의 가치관이 뚜렷해서 군대 내에서 잘 적응하지 못한다.선임이 부당한 행동을 하면 개겨서 갈굼당한다. 태정과 승영은 중학교 동창이라 선임인 태정은 승영에게 잘해주고 보호해주려고 한다. 그러나 후임인 승영이 선임한테 개기면 그 선임이 태정한테 책임을 묻게 되니까 점점 열받게 되고 후임들을 갈구기도 한다. 승영은 자기 후임으로 들어온 어리버리한 지훈에게 잘해주고 부당한 군대의 전통을 바꾸려 하지만 이내 군대생활에 물들게 되어 선임에게 잘하고 후임인 지훈을 갈구게 된다. 자신이 닮고 싶지 않은 선임의 모습을 자기도 모르게 닮아가게 된 것이다. 심하게는 아니지만 조금. 지훈은 3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승영에게 갈굼당한 직후 화장실에서 구두끈으로 목을 매 자살한다. 승영은 그 일이 있은 후 휴가를 나와서 태정을 찾아간다. 죄책감으로 불안정한 상태의 승영은 자기 선임이었던 태정에게 '나 괴롭히면서 너 죄책감 안 느꼈냐? 안 미안했냐? 내가 군대에서 그렇게 행동하면 안되는 거였을까?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걸까? 난 아무짓도 안했는데...'라고 하면서 어떤 해답을 얻으려 하지만 태정은 이를 외면하고 승영을 혼자 여관방에 내버려 두고 나간다. 태정은 곧 생각을 바꾸고 다시 돌아가지만 승영은 이미 손목을 긋고 욕조 안에서 자살한 후였다.

 '용서받지 못한 자' 라는 영화 제목이 누굴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아무도 잘못하지 않은 것 같다. 군대라는 폐쇄된 공간에 들어가면 승영처럼 결심과는 다르게 물들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승영이 잘못한게 아니라 군대라는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 내가 지금 말발이 안 서는데 아무튼 내 말은 승영이 군대 아닌 공간에 있었으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거라는 거다. 그만큼 그 공간이 사람의 시야를 좁게 하고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거 같다. 그리고 승영이 자살한 것, 지훈이 자살한 것에 대해서 왜 그렇게 나약하냐고 비판해서는 안된다. 누구든 그 비합리적이고 부조리한 상황에 처해보지 않았으면서, 그렇게 정신적으로 몰아세워 본 적이 없었으면서 함부로 말할 수 없다는 거다. 자살한 사람들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군대내의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비판하고 바꿔야 된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사회생활하면서 제일 욕먹는 사람은 그 군대의 고참이라고 후임 괴롭히면서 쾌락느끼는, 군대 나가면 뭣도 안되면서 군대 내에서 짬밥 좀 된다고 그게 무슨 큰 벼슬인지 알고 나대는 그 새끼가 제일 욕먹겠지만, 승영도 만만치 않게 뒤에서 까일 것 같은데. 왜냐하면 사회생활하면서 좀 유연할 필요는 있지 않냐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할 것이기 때문에. 너는 뭐 그렇게 잘나가지고 사사건건 따지냐. 바른 말 하는 건 알겠는데 좀 재수없거든? 이 정도로 까일 것 같다. 사실 어느 정도 사회생활에서는 부당한 상황에서도 용기를 가지고 승영처럼 행동하는 게 쉬운게 아니다. 별종 취급당하기 쉽상이고. 그리고 사람들이 대부분 어느 보통의 범주 안에 들길 원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별종 취급당하는게 가장 무서운 것이기도 하고, 왕따된다는 얘기니까. 그런 의미에서는 태정이 가장 사회생활을 잘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결말에 태정이 여관방에서 '나 좀 이상해. 나 혼자 있으면 안 될 거 같아. 좀 도와줘'라고 하는 승영을 외면하고 떠나버린다. 저런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승영은 애초에 자살하겠다고 여러번 생각을 한 것 같다. 분명히 우울증이 온 것 같고. 보통 사람들은 태정처럼 '이 새끼 또 지랄한다. 그래서 뭘 어쩌라고? 지겨워 죽겠네.' 이렇게 생각하고 외면하게 되는데 그 순간 우울증 환자들을 자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만약에 태정이 승영의 곁을 떠나지 않고 같이 밤을 지샌 후 군대까지 바래다 줬다면 승영은 자살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너무 안타깝고 저런 식으로 도움을 요청할 때는 반드시 도와줘야 한다. 마지막에 태정의 여자친구가 그 친구는 잘 들어갔냐고 묻는데 태정은 화장실의 거울로 자신을 바라보며 '들어갔어. 잘 들어갔어'라고 중얼거린다. 현실을 인정하기 힘들만큼 정신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이라 연민이 느껴졌다.
 아무튼 여기 나온 사람들 모두 피해자다. 군대에 간 모든 사람들이 피해자다. 예전에 오빠가 군대 갔을 때 정신적으로 이상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군대 제대하고 곧 본래 모습으로 돌아갔지만 아무튼 군대도 개선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이제 예전처럼 구타나 얼차레 등이 많이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당연히 사라져야지, 그거 아니더라도 정신적으로 엄청나게 힘들텐데. 아무튼 우리나라 남자들이라면 다 가야하는 군대 문제가 정말 심각한 것 같다. 안 갈 수 있으면 안가야 된다. 군대 갔다온다고 사람되는게 아니고 사람 버리는 것 같다. 내가 여자라서 군대 이야기 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아무튼 남자는 군대를 갔다와야 된다고 말하는거, 해병대 간다는 사람한테 이열!거리는 거 난 절대 이해 안된다.

Posted by 이니드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