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고 어떻게 보면 지루하다고 말할 수도 있는 영화인데 나는 몰입해서 잘 봤다.
화목한 가정, 서로 위해주고 사이좋은 부모님 모두가 바랄텐데 그게 깨져버린 어린 자매, 아빠는 갑자기 한순간에 떠나버리고 엄마도 상태가 좋지 않고 그렇게 불안정하게 자라서 불안하고 우울해하는 언니랑 참고 견디는 듯하지만 그래도 안정적인 성향의 여동생, 예쁜 가정을 꾸려 귀여운 아들도 있다.
언니는 연극을 하지만 감정의 폭풍과 우울감으로 휘청이고 썸남과의 교류도 본인이 불안정하니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빠가 가정을 떠나고 자식들에게는 아무 관심 없이 오직 본인 커리어를 위해 살아간 것에 대한 원망으로 언니는 아빠와의 대화를 거부한다.
아빠가 같이 찍자고 한 영화도 거절하고 대본조차 읽어보지 않는다.
우울증이 심해서 집에 틀어박힌 언니를 여동생이 찾아온다 언니 뒤치닥거리 하느라 힘들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언니가 우린 왜 같은 유년시절을 겪었는데 왜 나만 망가졌지? 라고 하자 여동생이 "다른게 있었잖아. 나한테는 나를 돌봐주는 언니가 있었잖아. 엄마가 힘들어하고 모두 괴로울 때 언니가 머리를 감겨주고 빗어주고 챙겨줘서 힘이 났다고" 그렇게 말하며 서로 안으며 우는데 나도 눈물이 나고 슬펐다.
언니는 대본을 읽고 아빠가 본인을 위해 대본을 썼고 자살시도한 전적이 있었다는 것을 아빠가 전혀 몰랐음에도 자기를 이해했다는 느낌에 마음을 풀고 아빠 영화에 출연하기로 결심한다.
영화 대사 중에 "나한테는 집이 없다. 나는 쉴 공간이, 집이 필요하다. " 라는 대사가 2번 나오는데 아빠는 집에서 어머니가 자기를 두고 자살했고 노라에게 집은 아빠가 떠나고 엄마는 괴로워하던 침묵의 공간이다. 아빠는 영화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고 자기 딸 노라가 그 역할을 해 주길 바라고 노라도 그 영화를 통해 우울하고 텅 빈 자신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것 같다.
둘의 화해가 언니의 힘든 마음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아빠의 엄마, 그러니까 할머니 얘기도 나오는데 반나치 선전으로 종전 전 2년을 감옥생활을 하고 거기서 잔인한 고문을 당하고 석방 후에도 힘들어하다 아빠(7살일 때)를 두고 자살을 하는데 아빠가 쓴 대본 속 주인공은 할머니와 언니가 섞여있는 캐릭터였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소설책에 반나치 선전 활동으로 국가반역죄로 사형당한 대학생들 얘기가 나오는데 생각이 났다. 거기는 고문 등 구체적인 얘기가 전혀 없어서 자세히 알고 싶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