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읽었다. 공감가는 내용도 많고 공무원에 대해 알게 된 것도 많고 좋았다.
서울대 경영학과? 였나? 아무튼 거기 나와서 대학 재학 중 고시공부 3년 만에 5급 행정고시에 합격해서 사무관이 되어 10년 일하고 서기관으로 승진할 시점에 의원면직하였다.
서기관이 직원을 약 10명 정도 거느린 본부의 '과장' 보직이고 유학이나 주재원 등 해외로 나갈 기회도 많다고 한다.
문체부의 블랙리스트 명단으로 관리한다는 것이 밝혀지며 여러 공무원이 징계를 받았다고 하는데 글쓴이는 마침 그 때 군대에 가 있어서 처벌을 면했지만 자신이 그때 그 위치에 있었다면 정의롭게 거부했을 리가 없으므로 운이 좋았다고 얘기한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도 블랙리스트의 실행으로 지원 사업에서 배제되었다고 한다.
공직사회는 면피의 세계 - 상급자는 애매한 단어를 사용하여 언제든 내가 시키지 않았다고 발뺌할 준비를 하고, 하급자는 잘못을 위의 탓이라고 증명하기 위해 자료를 남기기 위해 열성이다.
국민의 선택을 통해 권력을 위임받은 세력(대통령, 국회의원 등을 말하는 듯) 그 기간엔 본인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라고 착각하나 정권이 바뀌면 서로 보복의 수위를 높이고 그 과정에서 직접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이 희생양이 된다. 그럴 수록 서로 면피하기 위해 회피하는 문화가 더 팽배해진다.
글쓴이는 1, 2차 통과후 3차 면접에서 떨어졌는데 10명 중 1명을 반드시 떨어뜨려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10명 중 1명에 왜 속했을까? 글쓴이는 많은 좌절을 하는데 나중에 예상하기로는 글쓴이가 논쟁을 좋아하고 따지고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것을 잘하기 때문이었다고 추측한다. 공무원 세계에서는 그런 성향은 적응하기 어렵고 그저 상급자의 지시를 잘 따르고 순응하는 것이 잘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인 듯.
공무원들은 보고서를 1장 안에 개괄식으로 구조를 잘 짜서 정리해서 완성해야 한다. 국장과 과장의 보이지 않는 선은 커러와 흑백이라고 한다ㅎㅎ 조금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ㅎㅎ 1장 안에 모든 내용을 넣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축기가 자간 조정키라고 하는데 이것도 공감 ㅎㅎ
미국, 영국,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렇게 개조식으로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고 서술형으로 쓴다고 한다. 내용을 잘 전달하고 격조있는 글솜씨를 강조하기 위함인 듯? 개조식은 너무 단순화시켜 복잡한 현실의 이해관계를 단순한 맥락으로 치환해버린다. 틀에 맞춰 적당한 통계와 자료를 짜깁기 하는 데 몰두하게 됨.
세종시 이전으로 상급자들의 서울 출장이 잦아 점심을 세종에서 잘 먹지 않고 경직되고 보수적인 분위기가 많이 완화되어 점심을 먹는 것은 자유롭다고 한다.
하지만 다면평가(같은 부서가 아니더라도 평가하므로 발이 넓은 것이 중요) 탓에 점심 때 인맥 넓히는 데 집중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지금은 조금 수정이 되었다고 함.
남녀 성별 간의 소득 격차가 나는 원인으로 남성은 직장의 온콜(퇴근시간과 주말에 오는 일 관련 연락)에 집중하고 여성은 가정의 온콜에 주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주말에 회의를 하거나 월요일 9시에 회의를 잡아 출근하지도 않았는데 전화로 자료를 요구하기도 한다.
댓글 하나 달리지 않는 기사(주로 정부를 비난하는?)에도 대응 보고서를 작성해야 함.
정부 홈페이지에 공무원의 이름과 직급, 전화번호까지 공개하는 것의 문제점... 대표번호와 이메일만 적어놔야 한다. 2024년 5월에 가서야 이러한 정보 공개가 부당하므로 기관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권고하는 대책이 발의되었다고 한다. 우리보다 한참 느리군...
우리나라는 수백 명의 공무원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쌍욕을 퍼부어도 처벌받지 않는다. 공감..
성과가 좋지 않은 사업은 구조조정 되어야 옳은데 이와 반대로 예산을 더 지원해주면 좋아지겠거니 하고 지원규모를 더 늘린다고 한다.
세종으로 정부청사가 이전하면서 전문가나 업계 종사자가 대부분 서울에 살고 있으므로 이러한 만남들이 위축되고 있다. 임대료 등 경상비는 6분의 1로 줄었으나 현장과의 소통은 줄었다.
호치키스 행정 - 여러 정책을 모아 보고하는 일, 주로 기획재정부나 행정안전부같은 부처에서 하는 일인데 이런 곳에 있어야 관료로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
고위공무원단은 전체 행정부 공무원 약 115만명 중 258명으로 관료 사회의 최정점에 있다. 중앙부처 기준으로 1급 공무원은 3~4개의 국을 총괄하는 '실장' 보직을 맡는다. 높은 자리이지만 실제로 하는 일은 없다. 회의도 장차관이 참석하고 사정이 있어 불참하면 땜빵을 주로 한다. 차관을 승진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실장들은 그냥 그 자리에서 계속 버틴다. 후배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실질적인 권한도 없으면서 일을 벌려 장관회의의 재탕에 불과한 간담회를 개최하라며 공무원들이 가짜노동을 하도록 강요한다.
우리나라 저작권료는 수도, 전기, 통신 요금처럼 정부에서 정하는데 코로나 때 온라인 콘서트 당시 저작권료는 계속 결정하지 못하다가 2년 후에야 결정했다. 실제 공연과 같은 비율로.. 그렇게 일을 미룬 이유는 저작권협회나 공연사업자로부터 항의를 받거나 행정소송을 당할까봐. OTT서비스 때 저작권료 문제로 정부가 행정소송을 당했기 때문. 2년 질질 끌면서 위원회, 연구용역 등을 구성하며 예산만 낭비했다.
기관장 홍보 유튜브 등으로 예산 낭비, 아무도 안 본다. 히트한 충주맨 유튜브 정도 빼고는 조회수가 다 처참하다. 정보의 유통속도가 빠른 시대에 국민이 몰라서 실패하는 정책은 거의 없다. 필요없는 홍보 예산을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
호날두의 노쇼 사건, 계약서상 45분 이상 무조건 출전하기로 했고 미만일 경우 위약금이 있었으나 출전하지 않았다. 국민들의 여론이 들끓었고 경기를 관람한 사람의 일부는 티켓 가격의 일부를 돌려달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선동렬 감독이 아시안게임 때 선수를 공정하게 뽑지 않고 병역혜택에 집중해서 선수를 선발했다는 비난이 있었다. 아무리 조사해도 감독의 판단이 옳지 않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국회의원들과의 감사 비슷한 자리에서 선동렬 감독에게 큰소리 치며 비난하면서 여론이 급감해서 마무리되었다. 단순히 여론이 안 좋다는 이유로 정부가 다른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이 일에만 시달리는 것이 옳지 않다. 또한 이 일들에는 정부가 개입할 여지도 없었다.
국회의 무분별한 자료 요구도 문제가 많다. 국회의원실은 자료 요구의 주체가 아니며 상임위원회 의결을 통해 자료 요구의 주체가 될 수 있다. (공감가는 게 국회의원이 긴급제출하라며 자료 요구를 하는 공문을 받을 때가 종종 있는데 진짜 귀찮고 자료도 광범위하게 요구할 때도 있고 바로 다음날까지 제출하라고 할 때도 있는 등 문제가 많은 것 같다.)
선악 구도를 만드는데 능하고 인기를 얻으려는 정치인의 행동으로 정부와 공직사회의 자원은 끝없이 낭비된다. (호날두 노쇼 사건과 성동렬감독 논란 등)
김연경 선수의 마지막 올림픽을 위해 예산을 더 달라는 배구협회의 요구, 우회적으로 도와주었다. 올림픽 때 4강이라는 성적으로 보답해주었다.
대한축구협회를 제외한 66개 종목 단체의 평균 직원의 수는 8명에 불과하고 평균 연봉 수준도 열악하다. 결국 협회는 스타 선수 마케팅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려고 하는데 스타 선수는 개인기량의 향상과 수입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협회는 협회의 살림살이와 종목의 저변까지 생각해야 하므로 서로 갈등이 있다. 예를 들어 안세영 선수와 배드민턴 협회의 갈등. 양궁과 같이 대기업이 기부해주는 곳이나 축구 제외 모든 협회는 운영이 힘들다.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안세영 같은 스타 선수가 있는 배드민턴협회의 미래는 밝은 편이다. 협회가 손해를 보더라도 안세영 선수의 처우를 개선해주면 안세영으로 인해 유소년들이 대거 입문하고 가족과 사회의 투자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박세리의 성공으로 여러 세리키즈들이 등장했고 한국여자골프가 세계를 제패한 원리와 같다.
진짜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어느 정도 사정이 좋은 종목들보다 별 논란 없이 조용히 가라앉고 있는 대다수의 종목을 지원해줘야 한다.
엘리트 체육정책도 필요하다. 일본의 성공사례.
정치인들은 선악구도, 자기 인기를 챙기기 위해 여론을 따라가지만 축구나 배드민턴처럼 미래가 보장된 종목이 아닌 다른 종목에 정치와 행정을 집중해야 한다.
한류가 난리인데 우리 책만은 해외에서 안 팔리는 이유가 뭘까? 작가들이 현실에 관심이 없고 팔리는 책을 쓰려 하지 않고 자기가 쓰고 싶은 것을 쓰기 때문에..
지금의 한류는 설계되지 않은 성공이다. 정부의 지원, 동아시아의 급변하는 상황, 소수 기업가의 탁월한 선택, 한국 대중문화 시장의 역동성, 세계적인 IT인프라의 변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연이지만 업계는 꾸준히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디지털 전환으로 음반 수익이 줄면서 해외시장을 노렸기 때문. 계속된 노력과 유튜브 문화, 팬덤 문화의 확산으로 K팝은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우리나라 출판 업계는 해외에 팔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게다가 내수시장은 붕괴되고 있다. 2023년 연간 성인 독서율은 43 %, 성인 10명 중 6명은 일 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반토막.
연간 종합독서량은 성인 2013년 10.2권에서 2023년 3.9권.
외국과 비교해도 한국만 급전직하하고 있다.
우리나라 출판업계의 문제도 있다. 독자들이 원하는 책을 쓰지 않기 때문.문학하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멀어지고 있다. 사재기로 인한 베스트셀러 왜곡 등의 문제도 있다.
0.72명이라는 출생률이 우리 사회의 물리적 소멸을 나타내는 지표라면 독서율 43%는 정신과 문화의 소멸을 경고하는 숫자다.
구름빵 40만부 넘게 팔렸지만 작가가 받은 인세는 1850만원에 불과, 검정고무신 작가의 자살, 작가가 출판사에게 정액을 받고 해당 그림책에 대한 저작권을 넘기는 최초의 계약 때문. 법원까지 갔으나 패소함. 정부가 표준계약서를 만들고 권장하여 90%이상 이 계약서를 쓰지만 근본적으로는 모든 권리에 대한 기간 제한 없는 포괄적인 양도 계약은 무효로 하는 법이나 양도 계약의 기간을 5년으로 한정하는 등의 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국회의 상임위원회가 열리면 장,차관이 출석하여 국회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실,국장급 고위공무원이 그 뒤에 배석한다. 상급기관이 하급기관을 대하듯 다그치기만 하는 국회의원들, 국회 등 정치권이 바라보는 정부와 공무원은 '국민의 대리인'께서 시키는 대로 기계적인 집행을 해야 하는 존재에 불과하다. 관료가 가진 권한은 약한데 결과에 대한 책임은 또 져야 하니 자연히 업무에 무기력해진다.
공직사회에서 가짜노동은 만연하다. 국회가 열리기 전 날 전 직원이 새벽까지 질의를 기다려 만드는 장관의 답변 자료, 매년 업무계획(아무도 달성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아무도 제대로 읽지 않는 예산 사업 설명자료, 양식만 바꿔 취합을 요구하는 수십 가지의 업무 메일, 현장 간담회와 그에 걸맞는 인력 섭외, 자료 작성, 의전 등등.
2023년 우리나라 음악 시장의 규모는 전세계 7위, 우리나라보다 음악시장이 크다고 단언할 수 있는 국가는 인구수가 많은 미국, 일본, 중국이나 유럽의 프랑스, 독일 정도. 이 중에서 음악 저작권료를 국가가 정하는 나라는 없다. 게다가 정부의 말발도 먹히지 않는다. 창작자, 사업자 양측에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 일쑤다.
프로스포츠 중 수익이 가장 나은 프로야구도 재정자립도는 50% 수준, 전경기 매진을 기록해도, 중계권료 등이 있어도 수익의 증가를 가져오지 못한다. 해외에 수출도 안된다.
스포츠토토 - 정부의 독점 운영. 다른 선진국은 민간이 스포츠베팅을 운영한다. 하지만 '국민정서'라는 네 글자 때문에 규제 완화는 요원하다.
공직사회의 무능과 무기력은 공무원이 일을 안 해서가 아니라 쓸데없는 일이 너무 많아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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