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18. 17:12

잔잔한 소설인데 소녀 감성도 들고 문장도 좋고 이야기가 조용하면서도 예쁘고 따뜻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둘녕은 어머니가 어딘가로 도망가고 아버지와 살다가 아버지는 둘녕을 외갓집에 맡긴다. 외갓집에는 부부교사인 이모 내외와 막내삼촌, 막내이모가 있었다. 둘녕은 외할머니의 방에서 이종사촌인 수안과 같이 자고 생활하게 되었다. 수안은 숱많은 곱슬머리에 하얗고 예쁜 소녀였다. 수안은 몸이 약하고 감수성이 예민하고 불면증도 있었다. 수안은 처음에는 둘녕을 본채만채했지만 시장에서 수안이 둘녕을 챙기지 않아서 둘녕이 길을 잃어서 밤늦게 집에 돌아온 사건을 계기로 수안은 둘녕을 챙기게 되고 둘은 친해진다. 

하지만 둘녕은 얹혀사는 입장이어서 가족들의 눈치를 보기도 하고 포기해야할 것들은 쉽게 포기하고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는 애어른이 되버렸다. 그런 의미에서 수안과의 진정한 우정이 조금 불가능해보이기도 했다. 이모내외는 딸인 수안만 피아노를 공부하게 했고 그게 미안해서 걸스카우트는 수안과 둘녕 둘 다 시켰지만 둘녕은 눈치를 보며 돈이 많이 드는 캠프를 가지 않기도 한다. 

수안의 첫사랑 승모는 중학교에서 문학부에서 같이 글을 쓰며 친해졌는데 걸스카우트, 보이스카우트 합동 캠프를 갔다가 태풍이 불어 대피하다가 승모가 누군가를 돕다가 물에 떠밀려 죽게 된다. 이 사고를 계기로 안그래도 예민했던 수안은 점점 더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린다. 둘녕은 수안을 위해 환을 만들어준다. 수안은 이 환을 어린 시절 먹고 배탈이 난 적이 있어 먹지는 않아도 소중하게 간직한다. 둘녕은 수안을 위해 수면제를 구해주기도 한다. 나중에 이모는 이 사실을 알고 둘을 나무라고 환을 버려버린다. 

고교생이 된 둘녕은 뜨개질이나 자수에 소질을 보인다. 둘녕은 이모내외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대학을 스스로 포기하고 가게에 취직해서 자신의 소질을 키워나간다. 그리고 친구의 도움으로 따로 방을 얻어 독립하고자 한다. 이 사건은 수안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수안은 둘녕이 떠나고 더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며 탈모도 겪게 된다. 이모내외는 수안이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믿어지만 수안은 이겨내지 못한다. 둘녕이 수안이 가발을 쓰고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되어 늦은 밤 수안이 방을 찾아가 수안을 위로하고 함께 잠든다. 이모는 둘녕이 수안을 흔들고 있다고 못마땅하게 여기고 주말에 밝을 때 찾아오라고 말한다. 이모는 수안을 정신과에 데려갔다가 딸의 이러한 약한 모습을 믿고 싶지 않고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며 데리고 나와버리기도 했다. 

수학여행날, 둘녕은 친구들과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수안은 걷잡을 수 없이 우울한 내면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수안은 예전 어린 시절 하루 가출하고 막내삼촌이 일하는 여관에 찾아간것을 기억하고 둘녕에게 한 번 더 가출해서 막내삼촌을 찾아가자고 말하지만 둘녕은 거절한다. 나중에 둘녕은 버스터미널로 뛰어가지만 간발의 차이로 버스를 놓치고 정류장에 앉아 수안을 따라갈 것인지 고민하지만 결국 수안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포기하고 수학여행을 계속해나간다. 수안은 그날 여관으로 가서 홀로 숲 속으로 들어가서 수면제와 많은 약들을 삼키고 나무 사이에 누워 죽은채로 발견되었다. 막내삼촌의 여자친구의 동생 산호는 누나로부터 아침부터 수안이 사라진 것이 이상하다고 찾아보라는 부탁을 듣지만 친구들과 자전거 타고 노느라 수안을 찾으러 가지 않았고 수안의 자살도 막지 못했다. 

산호는 나중에 둘녕이 사는 재개발 지역을 찾아가 버스기사로 일하며 둘녕을 살피고 서로의 죄책감을 위로한다. 나중에 둘녕이 부탁으로 둘녕이 직접 만든 수안의 잠옷을 태워주기도 한다. 잠옷은 수안이 어린 시절 불면증에 시달릴 때 이모가 둘녕과 수안에게 내복이 아닌 잠옷을 선물로 해주었다. 잠옷은 어린시절 둘은 같은 잠옷을 입고 싶었지만 체격 차이로 같은 옷을 입지 못한 일이 있었다. 




둘녕은 승모의 친구인 ??이름 기억안남.와 거의 사귀는 사이였는데 수안이 죽고 둘녕은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와 멀어진다. 나중에 많은 세월이 흐른 후 둘녕은 고향을 찾아가는데 거기서 우연히 ??을 만난다. ??는 의사가 되어 있었고 둘녕은 ??에게 고향으로 돌아와 살것이라고 말한다. ??는 아직도 둘녕을 좋아하는 마음이 남아있는지 그 말을 듣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인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여운이 많이 남는다. 

Posted by 이니드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