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13. 01:31

단편이다.
추리소설에서 주로 쓰이는 패턴들, 다잉메시지(죽으면서 제대로 범인의 이름을 적고 죽으면 되는데 왜 암호를 쓰는가), 밀실살인(너무 많이 나와서 지겹다), 산 위의 저택에 손님들 초대해놓고 눈보라가 몰아쳐서 사람들 다 옴짝달싹 못하게 되고 사람이 한 명씩 차례대로 죽어나가게 되는 것, 동요의 가사에 따라 살인이 일어나는 것 등이 진부하다, 개연성이 없다 등 추리 소설에서 흔히 쓰이는 소재를 유머러스하게 비판하는 점이 재미있다.
그리고 추리 소설에는 꼭 탐정이 등장하며 진짜 경찰과 친분이 있는데 그 경찰은 항상 헛다리를 짚고 실제로 사건은 항상 탐정이 해결한다는 진부한 설정을 빈정대는 것도 재미있다.
왠지 김전일이나 코난이 생각난다. 예전에는 재밌게 봤었는데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다. 근데 추리 만화나 소설에서는 진짜 항상 나오는 진부한 설정들이 있는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사건들
1. 밀실살인 사건의 비밀 - 눈이 와서 눈의 무게로 집이 휘어져서 집이 뒤틀려 현관문이 열리지 않게 되어 밀실이 되었다. 범인은 이를 예상하고 범행을 저질렀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인 할아버지는 탐정의 추리를 듣고 "그래서 어쩌라고?"라고 말하고 탐정은 허탈해한다.

2. 한 사람이 이중인격인데 그 이중인격 중의 한 인격이 다른 인격을 죽였다. 실제로는 자살이지만 다른 인격이 또 다른 인격을 죽인 것이므로 살인이다. 작가는 이러한 결말에 독자들이 어이가 없어 할 거라고 빈정댄다.

3. 케이블카로 이동하는 저택을 만들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조금씩 저택을 이동하여 산 정상에 이르러서 피해자를 밀어 살인을 저지르고 다시 이동하여 땅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살인 한 건 하려고 거금을 쳐들여 이동하는 저택을 만드는 것보다 청부살인업자를 고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 아니겠냐고 말하고 있다.

4. 다잉메시지를 어찌어찌해서(이해가 잘 안갔음) 분석하니까 그 메시지가 "의사 불러"였다고 ㅋㅋㅋ

5. 토막살인, 피해자를 잔인하게 절단했는데 그렇게 절단해야할 이유가 없어보였다. 왜 그렇게 잘라야 했을까? 탐정은 가해자가 SM을 즐기는데 피해자를 어떤 방식으로 묶었는데 그게 밝혀지면 그런 취향을 가진 자가 범인이라는게 드러나니까 로프로 묶은 방식을 못보게 하려고 잘랐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가해자는 피해자를 자른 이유는 그렇게 자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해자는 우표를 자르는 직업을 갖고 있는데 로프에 묶었다 푼 흔적이 우표의 절취선과 같이 보여 그냥 자르고 싶어졌기 때문이라고. 이 이야기는 좀 특이했다.

6. 1인 2역 장르, 중년 남자가 여장을 해서 범행 사실을 숨긴다. 소설에서는 이게 가능할지 몰라도 실제로 중년 남자가 여장을 했다면 누구라도 알아볼 수 있었을 것인데 탐정이 너무나도 진지한 태도로 어떻게 변장을 알아차렸는지 논리적인 설명을 계속하는 것이 재미있다는 글이다.

7. 동요살인, 동요의 가사에 따라 죽이는 것이다. 처음에는 실제로 원한에 의해 살인이 일어났다. 그 가해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죽이고 싶은 사람이 마침 있었는데 동요를 이용해서 연쇄살인처럼 꾸미면 되겠다고 생각해서 첫번째 사체를 동요의 상황대로 꾸며 놓고 두 번째 가사에 따라 원수를 죽인다. 또 그걸 본 누군가가 원수가 있었는데 마침 잘됐다며 죽이려면 지금이 기회라며 동요대로 계속 살인이 일어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8. 소설에 나오는 뛰어난 추리의 탐정에 밀려 헛다리만 짚는 경감이 범인이라는 설정을 보여준다. 그 범죄현장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던 사람은 경감 뿐이라는 추리로 범인을 밝히는 것이다. 소설에서 중요인물이 범인이라는 지금은 뻔해진 설정이다.

9. 어떤 사람이 탑의 꼭대기에서 머리가 잘려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그 탑을 지키는 사람은 그 곳으로 올라가는 사람을 아무도 보지 못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지는데 탐정은 두 명의 가해자가 피해자를 미리 죽이고 풍선을 이용해서 탑 위에 올려 자살한 것처럼 꾸미려고 했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한 명의 가해자가 공범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기 위해 머리를 잘라 자살설을 없애고 공범까지 자살한 걸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근데 가해자의 자백에 의하면 머리를 자른 건 풍선을 타고 올리려니까 너무 무거워서 머리를 자른 것 뿐이고 공범이 풍선을 타고 도망치다가 줄이 나뭇가지에 걸려서 운 나쁘게 목을 조르게 되어 사고로 죽었다고 고백한다. 결국 우연이고 아무 생각없이 무게를 맞추려고 대충 머리를 잘랐던 것이다. 이것도 재밌었다. 특이하고.

10. 살인의 도구인 흉기, 흉기가 없이 죽은 피해자. 탐정은 피로 만든 얼음칼로 죽여서 흉기를 없앴다고 주장한다. 그냥 물로 만든 얼음칼은 물이 녹아 증거가 남지만 피로 만들면 찔려서 피가 났겠거니 생각하지 증거가 남지 않기 때문. 근데 사건의 실상은 살인사건이 아니라 별을 보러 갔다가 실수로 떨어져서 자신의 뼈에 찔려 죽은 것이었다는 이야기...

11. 마지막으로 명탐정의 최후, 열 명의 추리 전문가들이 저택에 초대된다. 어떤 사람이 추리 전문가들을 대결시키려고 초대한 것이었다. 가해자는 손님들을 한 명씩 죽여나가며 누가 범인인지 묻는다. 둘이 남게 되었는데 한 명은 탐정, 한 명은 또다른 인물이었다. 누가 범인일까? 탐정이 범인이면 재밌겠지만 결국은 탐정말고 또다른 사람이 범인이라는 당영한 결론을 비웃듯이 이야기하고 있다.


Posted by 이니드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