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12. 5. 16. 21:33
드디어 은교 봤다.
평점도 별로고 재미없다는 주위 반응도 있었는데 이상하게 계속 보고 싶었다.
책을 먼저 읽었는데 책이 괜찮아서 보고 싶었던 것도 있고 박해일이 좋아서 그런 것도 있고.

아무튼 원작이랑 비교하자면 내용은 원작이 훨씬 낫고 개연성도 있는 것 같다.
근데 영화도 나쁘지 않았다. 내용은 왜 저렇게 바꿨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지만 박해일도 나오고 은교 역의 배우도 예쁘고 은교라는 캐릭터랑 잘 어울렸다. 그리고 영화 분위기도 좋고. 그냥 전체적으로 느낌이 좋았다. 지루하다고들 하던데 나는 안 지루했다. 잘 봤다.

책에서는 은교가 조금 까진 여고생으로 나와서 서지우랑 잔 것도 그냥 원해서, 즐기려고 잔 걸로 묘사되는데 영화에서는 서지우가 '은교'라는 소설을 써서, 그 소설을 보고 은교가 별 것도 아닌 자신을 예쁘게 그려준 것에 마음이 흔들려서 잔 것이 더 크게 느껴지게 만든다. 책의 내용이 더 나은 것 같다. 영화에서는 은교를 까진 애로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것보다는 그냥 좀 까진 여고생 은교가 개연성도 있고 더 매력적인 것 같다.

같은 의미로 서지우가 이적요의 원고를 훔친 건 책이나 영화나 같은데 책에서는 은교에 대한 소설이 아니라 다른 소설을 훔친 걸로 나온다. 영화에서는 은교를 사랑하는 마음과 섹스하는 내용이 담겨있는데 이런 내용을 보고 은교가 감동을 받은 것이 이해가 안된다. 책에서는 은교가 나중에 이적요의 원고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있을까봐 두려워하고 언론에 노출되지 않게 해달라고 이적요의 변호사에게 부탁한다. 그런 스캔들이 그것도 실명으로 소설로 세상에 발표되었다면 이제 대학새내기인 은교는 소문날까봐 당연히 꺼려하는게 말이 되는 거 같은데 말이다.

그리고 서지우가 사고를 당하는 장면에서 책에서는 서지우가 사실은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경하고 의지했던 아버지같은 스승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너무 슬퍼서 상실감에 눈물을 흘리다가 사고를 당하는 걸로 나오는데 영화에서는 그 사실을 알고 '이적요 이 노인네가 돌았나, 감히 나를 죽이려 들어.' 이런 식으로 그저 분노하다가 트럭에 치여 죽으니까 조금 어이가 없었다. 이적요를 존경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 많은 세월을 서지우는 함께 했을 것이고 그를 사랑하는 마음도 분명히 있었을텐데 그렇게 죽으니까 그냥 찌질이가 되버려서 약간 황당했다. 책에서는 은교가 사실 둘 사이가 너무 견고해서 자신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둘은 진심으로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고 있었다라고 말하는데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도 은교가 이적요를 찾아갔을 때 "그 소설 할아부지가 쓴 거 맞죠? ㅠㅠ 그 순간의 공기, 온도, 그 느낌은 누가 말해준다고 쓸 수 있는게 아닌데 저는 왜 몰랐을까요. 은교는 할아부지껀데. ㅠㅠ" 이런 장면이 나오는데 진짜 감동적인 장면이었지만 "그 글을 서지우 선생님이 썼을리가 없는데. 거울이 다 똑같은 거울인 줄 아는 공대생 주제에.(은교가 산에서 엄마가 최초로 준 생일선물인 거울을 서지우의 장난으로 떨어뜨려 울고불고 난리치는데 서지우는 그깟 거울이 뭐 대수냐고. 내가 똑같은 걸로 한 개 사주면 되지 않냐고 그런다. 은교는 거울이 다 똑같은 거울이 아니라면서 우는데 서지우는 그걸 이해못한다. 거울이 다 똑같은 거울이 아니라는 걸 알아주는 이적요는 위험한 산 절벽을 내려가서 거울을 주워다 준다.) 라는 대사는 좀 아닌 것 같다. 그 순간 서지우는 진짜 그냥 조연, 찌질이가 되버린 것 같아서.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박해일이 너무 욕망에 차서 여고생을 바라보는 거 같아서 좀 그랬다고 하는데 그건 책이 더 심한 것 같은데. 또 그게 거의 주제라서...

그리고 책에서는 이적요가 은교한테 삐져서 한동안 문전박대한 이유가 서지우가 사주한 젊은이로부터 "늙은 노인이 발정해서 여고생을 탐한다. 은교가 얼마나 싫어하고 혐오하는지 아느냐."며 심한 말을 시켜서 오해해서 그렇게 된 것인데. 영화에서는 그냥 은교라는 소설때문에 서지우와 이적요가 싸우는 장면을 은교에게 걸려서 그렇게 된 걸로 했다. 이것도 책이 더 낫다. 나중에 서지우의 시상식에 가서 이적요가 한 말 " 젊음은 당신들이 잘해서 얻은 상이 아니듯이 늙음도 내가 못해서 얻은 죄가 아니다. 누구나 늙는다. " 라는 말을 한 것에 더 개연성이 있는 건 책의 내용인 것 같기 때문이다.

근데 여태까지 계속 책이 낫다고 안 좋게 말했지만 영화는 괜찮게 봤다. 스승의 날, 안동까지 혼자 영화보러 갔는데 후회가 안됐고 보러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은교 역할의 배우가 너무 이쁘다. 쌍커풀 없는 눈도 매력있고. 그리고 피부가 하얗고 잡티 없고 깨끗한 게 너무 부럽다. 피부가 하얗고 좋은 애들은 머릿결도 좋고 머리카락 색도 예쁘다. 그리고 키도 크고 늘씬하고 몸도 예쁘다.(근데 가슴은 좀 그래...ㅎㅎ)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서 영화보면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박해일도 멋있었다. 노인역할한다고 분장했을 때 말고, 상상하는 장면에서 분장 안 한 상태로 나왔을 때 완전 좋았다. 얼굴이 진짜진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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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니드417